“미국 은행의 보수적 대출 태도, 기업·가계 건전성 악화”<키움證>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3.21 09:15 ㅣ 수정 : 2023.03.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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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움증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키움증권은 21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은행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은행권 불안으로 대출 태도가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기업이나 가계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SVB 사태 이후 정부가 예금자 전액 보호 결정을 내놓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은행이 보유한 국채와 기관채 등을 담보로 1년 만기 대출 지원에 나섰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및 중앙은행이 금융 불안에 대한 대응 방안이 축적돼 온 만큼 처리나 대응 속도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또 미국 대형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보다 강화된 규제 등으로 이전보다 건전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미국 SVB 사태 이후에도 지방 및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예금 인출 압박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유동성 불안은 당분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은행권 불안과 정책당국의 유동성 보강 등의 상황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 유동성 공급 확대라는 상충된 조치를 취한다는 지적에 대해 향후 시중 유동성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준의 자산 규모 확대와 정부의 재정지출 조합으로 시중 유동성도 확대됐지만 이번에는 은행권 유동성 부족에 따른 보강조치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유동성이 증가하지만 재무상황 개선에 무게를 둠에 따라 민간 신용으로 창출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은행들에 대한 정책당국의 규제나 건전성 개선 요구로 인해 대출 태도가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기에 민간 대출의 둔화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며 “SVB 사태 이후 중소형 은행에서의 예금 인출이 대형은행 유입으로 이어지면서 중소형은행들은 예금 인상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출 역시 더욱 보수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권 불안과 보수적인 신용 여건은 시차를 두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및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으로 은행권에서 타이트한 대출 여건을 지속할 경우 부채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태도가 강화되고, 민간 신용창출이 제약될 경우 취약한 재무 상황과 수요 둔화의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정책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고려할 때 과거 금융위기 및 급격한 경기침체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게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은행권 불안 이후 대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가계의 여력 및 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이어진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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