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개시…현대카드 시장점유율 확대될까
현대카드, 애플페이 도입설 제기 이후 발급량 늘어
아이폰 이용자 많은 1020세대서 체크카드 발급 증가
이마트‧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는 결제 안 돼
"시장점유율 변화 적을 것" 비관적 시선도 존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애플이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정식 출시하면서 선제적으로 애플페이에 뛰어든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이날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를 개시한다. 애플페이는 당초 이달 초 출시될 계획이었으나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일정 등으로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애플페이 도입설은 지난해 9월부터 제기됐다. 현대카드가 애플과 독점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다가 지난달 8일 "애플과 협업해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애플페이 서비스를 공식화했다.
현대카드는 애플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확대 지원을 약속하면서 1년간 배타적 사용권을 갖는 조건으로 독점 게약을 맺고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NFC 단말기 보급 지원을 약속한 것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현대카드는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법령 해석상의 예외 사유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타적 사용권 확보를 위한 NFC 단말기 지원이 리베이트에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에 독점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독점 계약을 포기했지만, 애플페이는 당분간 현대카드로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에 참여하려면 최소 6개월~1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해 당분간은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사실상 독점한 상황이다.
애플페이 출시가 임박하면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를 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올해 1월 말 기준 신용카드 전체 회원 수는 1139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1135만2000명과 비교해 3만8000명 증가한 수치다.
사용가능 체크카드(개인) 수는 같은 기간 15만1000장에서 16만2000장으로 1만1000장 증가했다. 업계 전반에서 체크카드 발급량이 줄고 있으나 현대카드는 하나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체크카드 발급 수 증가는 아이폰 이용자 수가 많은 1020세대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1020세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아이폰 이용자 비율이 높다. 이들이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현대카드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이처럼 애플페이 출시 전부터 효과를 보고 있지만, 시장점유율(MS)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MS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이폰 이용자 상당수가 이미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시장을 선점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 굳이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현대카드를 추가로 발급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간편결제시장은 선점효과가 크다"면서 "간편결제 서비스는 서비스 질에 있어 편차가 적기 때문에 이용자 이탈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스마트폰 MS 80%인 갤럭시도 삼성페이의 간편결제시장 MS는 24%에 불과하다"면서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뒤에야 비로소 기존 간편결제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NFC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나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곳이 많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약 300만 곳 가운데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약 10% 정도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변수다. 전국 주요 편의점과 주요 백화점 외에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이디야, 메가커피 등 주요 카페에는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됐다. 하지만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에서는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세계의 간편결제 서비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사용자 이탈을 우려한 것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세계그룹 계열사는 삼성페이 결제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삼성페이 출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가능했다.
다만 애플페이 결제가 지원되지 않는 곳이 많더라도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진출 성과를 거두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카드는 사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 등 젊은 층을 위주로 시장을 공략해왔는데, 편의점이나 주요 카페 등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가맹점에서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자주 찾는 주요 가맹점들은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만큼 이를 시작으로 가맹점을 점차 늘려간다면 애플페이의 간편결제시장 점유율과 함께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도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시장의 반응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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