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전영묵-박종문 2인 사장 체제로…향후 과제는
정기주총서 전영묵 연임 승인…임기 2026년 3월까지
삼성생명 "박종문, 미래 손익 기반 창출 중추적 역할"
‧본업 수익‧즉시연금 소송‧삼성생명법 등 해결과제 산적
2009년 아난티와의 부동산 거래 검찰 수사도 골칫거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삼성생명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의 3연임과 함께 박종문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을 신규 선임하면서 2인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16일 정기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이익배당 결의의 건 △정관 개정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4건을 모두 의결했다.
신규 선임된 박 사장은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지원팀장 상무, 해외사업본부 담당임원 상무, 경영지원실 담당임원 상무, CPC전략실장 상무와 전무, 금융경쟁력제고T/F 전무와 부사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박 사장을 후보자로 추천하면서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투자 강화 등 미래 손익 기반 창출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준비에 집중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사장은 임기 3년으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6년 3월까지 삼성생명을 이끌게 됐다. 전 사장의 연임 배경으로는 실적이 꼽힌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833억원으로 전년 1조4694억원과 비교해 1139억원(7.8%) 늘었다. 법인세법 개정으로 인한 이연법인세 부채 감소 등 일회성 요인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생명은 사업성과와 건전성도 잘 유지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매출은 40조3310억원으로, 전년 35조791억원과 비교해 15% 증가했다. 총자산은 316조2000억원이며, 지급여력(RBC) 비율은 24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즉시연금 소송 문제가 남아있는 점은 리스크로 지목된다. 2017년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예상보다 지급되는 연금액 규모가 적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생보사들의 즉시연금과 관련한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다른 생보사까지 번지게 됐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4000억원대로 전해졌다. 이 사안은 가입자와 보험사의 입장차가 큰 만큼 소송전이 길어지면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평가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의 8.5%를 소유하고 있다.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배당수익 등 투자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화재와의 당기순이익 격차가 줄어드는 등 생명보험산업의 전망이 어두운 점도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저출생‧고령화로 장기보험 상품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본업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고,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아난티와의 부동산 거래 문제 역시 골칫거리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009년 삼성생명 전‧현직 임직원이 아난티와 삼성생명 간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다.
아난티는 2009년 4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땅 1852㎡와 건물 2639㎡를 500억원에 매입해 그해 6월 소유권을 취득했다. 아난티는 지상 17층‧지하 7층 규모로 개발될 예정인 이 부동산을 준공 조건부로 삼성생명에 되팔았다. 아난티는 최종 잔금을 납부하기 전인 같은 해 6월 22일 삼성생명과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0년 12월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아난티는 해당 부동산을 969억여원에 매각하면서 차익으로 469억여원을 거뒀다.
검찰은 아난티와 삼성생명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삼성생명 부동산사업부 출신 브로커 A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난티와 삼성생명 임직원 사이에 뒷돈이 오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달 16일 이모 전 아난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소환조사했으며, 삼성생명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난티와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검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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