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에 국내 카드사 ALM 부담 확대…조달시장 영향 촉각
SVB, 단기 부채 장기 채권에 투자하며 뱅크런 촉발
카드업계, 장단기 듀레이션 '미스매칭' 우려 제기도
정부‧당국 "SVB 사태,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기준금리 동결되면 조달부담 심화 막을 수 있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카드업계의 미스매칭 우려에 따른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의 파산은 단기성 부채인 예금을 과도하게 장기성 증권인 채권에 투자하면서 발생했다.
미국 은행은 통상 손익 관련 자산의 20% 수준을 증권에 투자하는데, SVB는 이 비중을 60%까지 늘렸다. 전체 자산 기준으로는 55%에 해당하는 규모다. SVB는 채권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투자자산의 미스매칭이 확대됐다.
SVB는 지난해 말 기준 5~6년 만기 채권에 1215억달러를 투자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기 보유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때문에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SVB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고 미실현 손실을 실현했다. SVB가 매각한 채권은 210억달러 규모이며, 손실은 18억달러 규모다.
채권 매각 손실을 고려하면 보통주자본(CET-1) 대비 미실현 손실 규모는 113%로, SVB가 갖고 있는 자산보다 손실이 더 크다. 결국 지급 불능 상황에 처한 SVB는 자본조달 계획을 발표했고 이것이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SVB 사태가 국내 카드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의 경우 수신기능이 없어 SVB와 같은 리스크는 없다.
다만 SVB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조달 시장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또 자동차금융과 장기 카드론 등 영업구조가 다양화되면서 자금의 만기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ALM 리스크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고금리 기조로 인해 단기 조달 규모를 확대했다. 반면 비카드영업 자산 확대로 만기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미스매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ALM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채권의 만기가 장기로 확산하면서 유입되는 자금과 상환하는 비용의 듀레이션 미스매칭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장단기 듀레이션을 적절하게 맞추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금융당국은 SVB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전일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아직까지는 SVB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금감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 등도 신속하게 재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조달시장에 특별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SVB 사태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만큼 오히려 조달 부담이 심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VB 사태 이후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융 시스템이 받는 스트레스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금리인상이 계속되면 취약한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에서 유동성 부족이 나타나 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SVB 사태와 관련해 영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만큼 큰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원론적으로는 기준금리가 동결된다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이 더 확대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나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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