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쇼크①] 뱅크런 이틀만에 전격 파산, 블랙먼데이 충격 예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3.13 00:22 ㅣ 수정 : 2023.03.13 00:24

손실 눈덩이 소식에 주가 급락하자 예금주들 9일 하루에만 420억달러 예금 인출하며 뱅크런 조짐, 미 금융당국 다른 금융권 연쇄충격 우려해 뱅크런 하룻만에 전격 폐쇄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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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진직후 44시간만에 금융당국에 의해 전격 폐쇄됐다. 자산규모만 2090억달러(275조원)에 달하는 대형은행이 파산절차에 돌입하면서 연쇄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SVB의 파산 여파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커스터머스뱅코프 등이 충격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미국 연방정부는 정부 차원의 구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으면서도 다른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뮤추얼은행에 이어 최대규모의 은행파산이 몰고올 충격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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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하룻만에 전격 파산절차에 돌입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주가가 하룻새 60% 넘게 폭락하자 캐피털업체들은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빼라는 예금인출을 권유했고, 실제 하룻새 420억달러(55조원)의 돈이 인출되는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곧바로 은행을 폐쇄시켰다. 이 모든 것이 불과 44시간 안에 벌어진 것이다.

 

SVB는 1982년 설립된 기술 투자은행이다. 주로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면서 급성장했다. 실리콘밸리 성장과 함께 꾸준히 몸집을 불려온 이 은행은 2021년 갑자기 몸집을 두 배로 불렸는데, 이 과정에서 단기예금을 대거 끌어들여 장기투자에 나선 것이 패착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SVB의 예금규모는 2020년말 1160억달러에서 2021년말 불과 1년만에 2110억달러로 2배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당시만 해도 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이어서 예금이자에 대한 부담 없이 돈을 마구 끌어들였지만 지난해부터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면서 은행은 막대한 이자부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긁어모은 단기예금을 국채 등 장기투자 상품에 쏟아부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장기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SVB는 손실규모가 커지고 증시에서 주가가 하룻새 60% 이상 급락하는 등 예금주들이 불안해하자 보유채권을 서둘러 매각하고 그레그 베커 CEO 명의로 2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증자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자구책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예금주들을 겁에 질리게 해 뱅크런의 도화선이 됐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하룻만에 예금주들이 420억달러의 돈을 빼가자 SVB 뱅크런 사태가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1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은행폐쇄를 명령했다.

 

FDIC는 파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SVB의 자산을 신속히 매각해 투자자들이 이르면 13일(현지시간) 예금자 보호 한도는 물론, 비대상 금액까지 인출할 수 있게 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정확한 손실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25만달러이지만, SVB 예금 가운데 86% 정도인 1515억달러(200조원)가 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도초과 금액은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예금자 입장에서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SVB에 대규모 예금을 예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스트리밍 기기 제조업체 로쿠는 SVB 사태 직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26%인 4억8700만달러를 예금했다고 밝혔고, 온라인 게임회사 로블룩스는 1억5000만달러의 예금이 있다고 공개했다.

 

한편 SVB파이낸셜그룹 주가는 지난 9일(현지시간) 전거래일 대비 60.41% 하락한데 이어 10일 장전 거래에서 또 다시 60% 가량 하락하자 거래가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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