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블록이 일하는 법 (3)] 의료산업의 ‘구글’이 되기 위한 9가지 일하는 법
일의 목적은 ‘의료정보 플랫폼’이라는 신(新)시장 창조, 이를 위해 ‘주도적 참여 문화’ 선택
메디블록(대표 이은솔·고우균)은 야심만만한 시장창조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국내 전자의무기록(EMR) 시장규모는 2조~3조원 정도이다. 하지만 ‘환자중심의 의료정보 플랫폼’ 시장을 완성할 경우 100조원에 달하는 제약산업과 결합시켜 20~30조원 규모의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국내에 의료 마이데이터 기업들은 적지 않지만, 메디블록만이 이처럼 원대한 비전을 품고 일하는 중이다. 따라서 메디블록이 일하는 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목적’, 즉 비즈니스모델(BM)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뉴스투데이는 메디블록의 이은솔 대표 및 임직원들과 연쇄인터뷰를 갖고 그들이 일하는 목적과 방식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시장창조자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떻게 일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3회에 걸쳐 소개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인터뷰 이태희 편집인 / 정리 임종우 기자] 뉴스투데이는 메디블록의 이은솔 대표 및 임직원들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9가지 일하는 법을 추려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일하는 법이 기술적인 영역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이 비즈니스모델(BM)을 정립할 때 명분과 실리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인간의 니즈와 기술적 한계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담고 있다. 그래서 융복합이 특징인 4차산업혁명시대 ‘일철학’의 진화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① 환자가 직접 본인의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은솔·고우균 대표는 의사출신 개발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영상의학과, 고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개인의료정보’가 개인 중심이 아닌 병원 중심으로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환자는 동네병원에서 받은 처방전 및 대형병원에서 찍은 MRI기록 등 다양한 의료데이터를 생성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환자가 본인의 의료정보가 필요하면 해당 병원에 찾아가서 요청해야 했다. 절차도 까다롭고 발급받은 의료정보를 통합해서 관리하기도 어렵다. 더 나아가 개인이 직접 본인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메디블록은 이러한 현실에서 환자가 직접 본인의 ‘의료 마이데이터’를 직접관리하고 더 나아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환자중심의 의료정보 플랫폼’으로 평가할 수 있다.
메디패스는 환자의 의료정보 관리 모바일 서비스(앱)이고 닥터팔레트는 병원이 사용하는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이다. 메디패스가 활성화 될수록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활용하는 개인은 증가한다. 닥터팔레트가 범용화될수록 메디패스는 활성화된다.
병원이 메디블록의 파트너가 되면 ‘마이 의료데이터’라는 명분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환자의 만족도까지 얻게 된다. 물론 메디블록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의 최종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메디블록이 대의명분을 실현하면 ‘신시장 창조’를 완성하게 된다. 예상되는 이윤의 크기는 명분의 크기에 비례한다.
이은솔 대표는 “현재 국내 EMR시장 규모는 2~3조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제약시장은 100조원을 바라본다”면서 “EMR시장이 제약시장과 연결되면 10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② 탈중앙 네트워크, 관리자와 이용자에 대한 매혹적인 인센티브 시스템 만든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의료 업계에서 메디블록만이 가진 차별화된 기술이다.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관리자와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블록체인팀은 “본인의 데이터를 누군가에게 공유하면서 서비스를 누리거나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메디블록의 ‘코인’은 초보단계의 사례이다.
또 데이터와 인센티브가 투명한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서 유통되면서, 메디블록의 블록체인(패너시어)에는 닥터팔레트, 메디패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데이터 서비스들이 올라올 수 있으며, 패너시어를 데이터 활용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는 ‘탈중앙적’인 ‘데이터 이코노미’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다.
③ 오픈소스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한다.
외부에서도 노드(개개인 참여자)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 블록체인의 특징이다. 시스템에 참여하는 노드가 더욱 많아지면 블록체인의 시스템도 단단해진다. 메디블록이 목표하는 ‘탈중앙화된 데이터 이코노미’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더 많은 외부 노드가 생겨야 한다.
블록체인팀은 “외부 플레이어들도 우리 블록체인의 투명한 기술을 같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50개의 노드가 메디블록의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메디블록의 시스템이 외부에서 구축되기 위해서는 노드들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노드들은 실제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코인 등의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블록체인팀은 궁극적으로 ‘웹4.0’ 전환의 선구자 타이틀 획득을 지향한다. “우리는 블록체인의 (메디블록) 내부거래에서 더 시선을 넓혀, 블록체인 기술이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쓸모가 있는지를 연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메디블록의 블록체인 시스템은 오픈소스로 개방되도록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소수의 입맛이나 편견에서 탈피한 기술민주주의가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④ ‘속도와 외모’로 ‘과거’를 이긴다
메디블록의 EMR 시스템인 닥터팔레트가 기존의 EMR과 다른 점은 ‘빠르고 예쁘다’는 점이다.
닥터팔레트팀에 따르면, 몇몇 대형병원은 2000년도에 만들어진 EMR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존 EMR은 속도가 느린 편이고 디자인이도 구식이다.
닥터팔레트팀은 “닥터팔레트를 사용해본 의사 분들이 빠른 속도와 예쁜 외모에 놀라신다”고 말했다. 닥터팔레트가 구형 EMR에 견주어 볼 때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배여있다.
사실 의학 정보는 복잡할뿐더러, 같은 질병에서도 증상이나 치료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병원별로 요구하는 기능이나 정보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한 정보를 담다 보니 업데이트는 꾸준히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프로그램의 용량이 커진다. 또 큰 시스템에서 개인 의사에게 맞추게 되기 때문에 기능 추가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설령 기능이 다 추가됐더라도 시스템을 구동하는 주체가 의사의 개인 컴퓨터이기 때문에 연산량이 늘어날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닥터팔레트는 기존 EMR과 여러 가지 차별점을 둬 이런 문제를 해결해왔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이 아닌 웹브라우저로 ‘접속’해 활용하도록 한다. 시스템 연산을 개인 컴퓨터가 아닌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해 속도를 더더욱 늘린다. 클라우드 EMR인 닥터팔레트는 데이터 용량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최신 고시 변경 및 업데이트를 위한 별도의 작업이 없이도 닥터팔레트는 자동으로 업데이트 된다. 이는 의료인이 환자의 진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더불어, 닥터팔레트는 모바일EMR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닥터팔레트를 접속해 환자의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노마드(유목민) 의사’를 실현해주는 도구인 것이다.
⑤ 코딩의 병합과 배포 과정의 ‘자동화 시스템’, 대기업 넘어서기
닥터팔레트팀은 “우리 회사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 절대 뒤지지 않는 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코딩작업은 △코딩 △코드 리뷰 △병합 △배포 순으로 진행된다. 메디블록의 경우,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하는 코딩과 코드 리뷰 이후 단계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있다. 그 과정에서 별도로 생기는 오류도 자동으로 전달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이뤄져 있다고 한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은 업무의 효율성과 속도를 올린다. 또 자동화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개발해야 해서, 회사가 본연의 업무를 제외하고도 인력을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에 올라서야 구축할 수 있다.
메디블록의 자동화 수준은 ‘대기업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자동화할 수 있는 과정은 자동화한다”는 게 메디블록의 개발팀이 일하는 주요 원칙이다.
⑥ 좋은 동료와 우수한 시니어 개발자에게 배운다.
메디블록 임직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한 것은, “메디블록은 동료가 좋은 회사”라는 것이다. 메디블록의 개발자들은 대체로 동종 혹은 유사 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네이버·LG전자 등 대기업이나 국내외 유명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들이 모여있는 조직이다.
때문에 실력있는 고참 개발자가 많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조언해주거나 직접 해결해주는 리더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성원의 다양성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각자의 경험과 개발 지식을 공유하면서 더 큰 시너지를 이뤄낸다.
그들은 “일하는 법의 핵심은 뭐냐”는 직설적 질문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투명한 소통과 공유’와 ‘성장을 위한 솔직한 피드백’ 등을 꼽았다.
⑦ 팀을 넘나들며 협업한다.
메디블록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서 팀 단위의 기획자-개발자 수가 완벽하게 매칭되지 않는다. 따라서 각각의 프로덕트 팀 안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팀을 구성하여 협업과 협동을 진행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메디블록에 소속된 약 40명 정도의 개발자는 각각의 프로덕트 팀으로 소속되어 있다. 각 서비스 팀의 개발자와 기획자는 필요에 따라 약 3~4개의 스크럼(하나의 집단)을 이룬다. 이러한 형태의 운영은 구성원들이 다양한 서비스와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인력운영을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메디블록의 생태계는 ‘메디패스’와 ‘닥터팔레트’라는 두 개의 앱을 ‘블록체인’으로 연결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팀을 넘나드는 협업 시스템은 개발자나 기획자가 다른 팀의 업무방향을 파악해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조율해낼 수 있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⑧ 완성된 대기업에서는 불가능한 ‘존재가치 증명’을 실현한다.
대기업에서 메디블록으로 온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자유로운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이미 시스템이 구축된 대기업에서는 정해진 업무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이는 역으로 시스템 변화나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뛰어난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시스템은 불변의 법칙을 따르기 마련이다.
반면에 메디블록에서는 ‘내’가 일하는 만큼 변화와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는 때가 많다는 게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공통된 의견이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회사는 시스템을 뼈대부터 만든다. 때문에 자신이 놀라운 성취감을 맛보는 개발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의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단, 내 존재가 뚜렷이 보이는 만큼 리스크도 있다. “대기업에서는 제가 열심히 하더라도 기업에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지만, 대신 못 해도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메디블록에서 티가 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더욱이 잘못하는 나로 인해 중대한 오류가 발생할 위험성도 내포한다.
⑨ ‘주도적 참여’가 보상받는 조직문화를 만든다
메디블록 구성원들이 ‘나의 가치’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은 ‘주도적 참여’라는 일철학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은솔 대표는 “메디블록은 스스로가 의지를 갖고 회사의 상품과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업무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최대한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도 같이 지게 돼서 주도적으로 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주도적 참여를 원칙으로 내세우면 임직원은 상응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그 결과 대기업에서는 불가능해보이는 ‘존재가치 입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존재가치 입증이 현재 메디블록 구성원들에게는 가장 큰 보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한 개인들의 존재가치 입증을 통해 진화해나가는 게 메디블록의 일하는 법 중 가장 큰 경쟁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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