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물갈이로 나타난 임종룡 스타일···‘우리금융 쇄신’ 속도
임종룡 취임 전 우리금융 계열사 CEO·임원 줄교체
“예상보다 속도·강도 거세다” 조직 쇄신 의지 뚜렷
취임 이후 행보 주목··비은행·내부통제 우선 과제로
관료 출신에 낙하산 꼬리표···경영 성과로 증명해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물갈이로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쐈다. 내부 인사를 적극 기용하면서도 대규모 조직 개편으로 분명한 ‘쇄신 의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임종룡호(號)로 재출항하는 우리금융에 당면한 과제는 산적했다.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위한 비(非)금융 라인업 구축과 내부통제 강화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임 내정자가 보여줄 리더십도 관심사다.
■ 9개 계열사 CEO 갈아치운 우리금융···속도·강도 거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회(자추위)는 전일 그룹 내 임기 종료를 앞둔 8개 계열사 CEO 전원을 교체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의 표명에 따라 우리은행까지 총 9개 계열사 수장이 바뀐다.
계열사별로 보면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펀드서비스에 지주·은행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 우리자산운용에는 외부 전문가가 추천됐고, 우리은행·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추후 선임 예정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혁신과 성장에 방점을 찍은 조직·인사 개편으로 임원까지 줄줄이 교체하며 사실상 조직 대수술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이번 변화에 대해 ‘신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임 내정자가 일으킨 인사 태풍의 속도와 강도 모두 예상보다 거셌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같은 조직 안에서 이동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규모로 봤을 때 쇄신 의지가 명확히 전달됐을 것이란 얘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장 취임 전이나 작년 말 이후 미뤄 온 지주·은행 등 계열사 인사를 일괄 실시하는 개편을 단행함으로써 조기에 경영 안정을 기하고 쇄신 분위기를 진작했다”고 말했다.
■ 3년 동안 우리금융 이끄는 임종룡···임기 초 보여줄 성과는
임 내정자는 오는 24일 우리금융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정식 취임한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 3년인데, 취임 첫 해부터 우리금융 대내외 현안을 진단하고 과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장성 측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과제는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이다. 우리금융은 2021년 공적 지분 매각으로 완전한 ‘민간 금융사’가 됐지만 아직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는데, 특히 증권사 인수를 갈망하고 있다. 기업설명회(IR) 등에서 M&A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 왔으나, 아직 뚜렷한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이 벤처캐피탈(VC)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전격 인수한 만큼 비은행 확충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 내정자 역시 금융시장과 투입 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M&A 전략 설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 내정자에겐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와 횡령 등 각종 금융 사고에 엮여있다. 금융의 생명은 신뢰인 만큼 대대적인 내부통제 개혁이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내정자는 지난달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된 직후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신(新) 기업 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 낙하산 꼬리표 붙었지만···금융권에선 ‘우려→기대’ 목소리도
아직 임 내정자 취임 전이지만 그의 경력을 두고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은 잔존해있다. 특히 전직 관료(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 회장에 오르는 걸 두고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서 ‘낙하산’ 논란이 들끓은 바 있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24회) 합격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과장,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기재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쳤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고 금융위원장에 취임한 뒤 2017년 퇴임했다.
경력의 대부분을 공직에서 지냈고, 현 정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오를 만큼 관(官)의 성격이 짙은 임 내정자가 민간 금융사인 우리금융에서 보여줄 리더십에 관심이 쏠린다. 취임 초 조직 구성원들에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금융권에선 임 내정자가 조직 쇄신과 성장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할수록 낙하산 꼬리표는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재 상황에 임 내정자의 ‘금융 경력’이 우리금융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 금융그룹의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됐을 때 정부 입김이 불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대(對)정부 네트워크로 외풍을 막아줄 수도 있지 않겠냐”며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금융 최고 자리인 금융위원장까지 올랐는데 이런 경력자는 흔치 않다. 그만큼 노하우나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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