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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찔끔 지원'으로 '한국판 잃어버린 반도체 30년’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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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2.15 16:29 ㅣ 수정 : 2023.02.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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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혹은 ‘K-칩스법’이 또 다시 짙은 안갯속에 갇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조특법 개정안(정부안)을 상정해 조세심사소위원회로 넘겼고 그날 오후 조세소위에서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야당 반대로 결국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K칩스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시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대기업은 8%로 조정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기존 세액공제율을 유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지원 확대를 지시하며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렇게 나온 정부 최종안은 대기업 15%,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과정을 거쳐 어렵게 국회에 도달한 K칩스법이 또다시 발목 잡히는 신세가 됐으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역대급 불황기에 들어섰다.  이에 인텔, TSMC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이 있는 미국, 대만 등은 자국 기업 경쟁력 확보를 돕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손잡고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설비투자 비용의 25%를 세액공제하는 반도체법을 통과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질세라 대만 입법원(국회)도 최근 반도체 등 연구개발 비용 25% 세액공제, 첨단 설비 투자 비용 5% 별도 공제를 골자로 한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밖에 유럽연합(EU)에서도 반도체지원법을 논의 중이며 일본은 지난해 반도체 기업을 돕기 위한 수 조원대 보조금을 편성했다. 

 

미국발(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대외변수가 요동치는 현 상황에서 반도체업계 불황은 각 기업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 헤쳐나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를 보여주듯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0년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서는 '어닝 쇼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영업이익 –69%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거머쥔 삼성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는 없다고 밝혔지만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리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삼성전자가 은행권이 아닌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예정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긴급하게 자금을 차입한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에 맞서 국내 기업 스스로 자생하기만을 바란다면 자칫 '한국 반도체 성장 시계'는 이대로 멈출 지도 모른다. 

 

이번 조세소위 심사 이후 ‘지원 필요성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자화자찬이 쏟아진다.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을 애써 예쁜 말로 포장하는 ‘빛 좋은 개살구’식 발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K-칩스법 등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반도체 30년’ 전철을 우리가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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