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3년 만에 다시 찾은 필리핀, 아닐라오②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마치고 아닐라오로 출발준비를 했다. 숙소에서 아닐라오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지도상으로는 60 km 정도의 거리인데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고속도로 상태는 양호했으나, 중간 중간에 있는 작은 도시로 접어들자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차량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3시간이나 소요된 것이다. 아닐라오의 다이빙 리조트에 도착한 우리는 한국인 대표와 스텝들의 따뜻한 환영 인사를 받으며 짐을 풀고 곧바로 점심식사를 했다.
한편, 이번에 이용하는 다이빙 리조트는 윤 모(某) 장군의 지인이 지난 1월 중순에 이 리조트에서 오픈 워터 자격증을 취득했었고, 그 인연으로 지인이 이 리조트를 적극 추천하였는 바, 필자와 윤 모(某) 장군도 동의하여 이 리조트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 다이빙 팀 모두의 동의하에 이제부터 실명을 사용하고자 한다. 윤 모 장군은 필자의 사관학교 1년 선배이자 생도시절 같은 중대에서 생활했던 윤흥기 장군, 이하 ‘윤 선배’로 칭한다. 윤 선배를 통해서 알게 된 지인은 건설업을 하는 이연용 회장으로서 이하 ‘이 회장’이라 칭한다)
필자는 3년 전에 이용했던 M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도 검토 했으나 M 리조트에 연락을 해보니 3월에야 이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자연스레 이곳을 이용하게 되었다. 아닐라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러 개의 다이빙 리조트가 있는데, 우리가 머무는 이 리조트도 한국인이 운영한다. 이 리조트의 이름은 조금 특이하고 길다. “Anilao Bo Hotel & Beach Resort / EESOME Dive”. M 리조트와는 달리 모든 객실이 단층 건물에 있고 앞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어서 그런지 편안한 분위기이다. 강사 및 주방 직원들도 친절하고, 가장 중요한 식사(하루 세 번 제공)는 최상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는 각자 방으로 가서 오후 다이빙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잠수복을 입는 것이 약간은 낯설었다. 이어서 카메라를 마운트에 조립하고는 호흡기와 오리발, 방수가방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긴 후에 리조트의 장비실 근처로 갔다. 담당 강사는 벌써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리조트 도착 후에 강사에게 카메라 방수 케이스의 오일 링에 바르는 윤활유를 부탁했었는데, 강사는 윤활유를 가지고 와서 직접 카메라 오일 링에 윤활유를 발라 주었다. 이때부터 강사와 필자는 수중촬영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강사의 조언이 오랜만에 수중촬영을 하는 필자에게는 큰 도움에 되었다.
사실 3년 만에 하게 되는 수중촬영인지라 카메라 기능도 많은 부분을 잊고 있었다. (저녁 식사 후에 오늘 촬영한 사진을 확인 해 보니 마음에 드는 사진이 거의 없었다. 결국 상황에 맞는 카메라 사용법, 조명 활용법을 잊었다는 얘기이다. 물론 수중 시정도 좋지 않았지만)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필자와 이 회장은 방카 보트로 향했고, 윤 선배는 오픈 워터 자격증 과정 수업에 들어갔다. 예비역 장군이 학생 다이버가 되어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不亦說乎兒)라!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저녁 식사 시간에 강사에게 들어보니 윤 선배는 이론 분야의 이해도는 물론이고, 수영장 실습 때 수중에서의 호흡이나 각종 상황에 대한 적응이 상당히 빨랐다고 한다. 역시 전투기 조종사 출신답다).
한편, 운동선수 같은 탄탄한 몸매와 형형한 눈빛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과 열정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있는데 그 정열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필자와 이 회장은 방카 보트에 타고 오늘의 첫 다이빙 포인트로 향했다. 첫 번째 포인트는 Cathedral point! 이 포인트에 관련된 얘기가 꽤나 인상 깊은데 자세한 내용은 뒤에 소개하겠다.
이번 여행에서 첫 다이빙을 나가는 필자와 이용연 회장. 첫 다이빙부터 에피소드가 많았다. 입수 지점이 다가오면서 필자는 약간 긴장을 했다. 3년 만에 하는 다이빙이라 Valsalva는 제대로 될지, 수온이 낮다는데(오늘 오전 수온은 25도 였다고 한다) 물속에서 한기를 느끼지는 않을지 등등... 다이빙 장비를 모두 갖춰 입은 후에 드디어 입수. 그러나 입수할 때부터 뭔가 어색함이 느껴졌다. 입수 후에 잠시만 기다리면 몸이 떠오르는데, 나도 모르게 손발을 휘젓고 있었다. 초보자 같이...
강사의 수신호에 따라서 하강을 시작했고, 수심 3미터 정도가 될 무렵부터 귀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압력평형이 잘 안 된다는 얘기다. 1미터 정도 올라가서 Valsalva를 한 다음에 다시 내려갔다. 강사와 이 회장을 시야에 두면서 이런 식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내려갔고, 잠시 후에 일행과 합류했다 (강사에게는 아직 수중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 회장을 전담하도록 부탁하였고, 나는 Valsalva가 잘 안되니 Valsalva를 하면서 뒤쫓아 가겠다고 사전에 얘기했다).
첫 다이빙을 한 Cathedral point는 수중시야가 무척 좋지 않았다(나중에 강사에게 물어보니 아닐라오는 4~8월의 수중시야가 양호하고, 특히 5~6월의 수중시야가 최고라고 한다. 3년 전 1월 초에 아닐라오에 왔었을 때는 수중시야가 비교적 양호했었는데, 수중시야는 말 그대로 복불복인 것 같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