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ESG 칼럼] 금융기관의 ESG는 지금이 제때다.
혹독한 불황의 시기, 금융기관들은 '포지티브 스크리닝'으로 ESG의 방향을 바꿔야
최우선 포지티브 스크리닝은 ‘전환금융'...재정 리스크 극복 노력도 병행돼야
[뉴스투데이=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 시중은행들이 이자수익으로 번 돈을 가지고 과도하게 명예퇴직금이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국민이나 정부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서민이나 기업이나 모두 고금리로 인해 허리가 휘고, 저리 자금을 구하지 못해 자본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명퇴금으로 몇억을 주었다거나 성과급을 수백 퍼센트를 주었다는 등의 언론 보도들을 보면서 과연 은행 등이 가장 먼저 표방한 ESG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
애초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기업들에 돈만 벌지 말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이슈들을 해결하라고 요구한 데서 비롯된 것이 ESG이다. 그 ESG가 처음 등장한 문서도 2004년 ‘먼저 돌보는 자가 승리한다’라는 UN 보고서였고, 그 보고서 표지에 보면 ‘금융산업의 권고사항’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그랬던 금융기관들이 ‘돈 잔치’라는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가져오며 어려운 경기 속에서 국민에 위화감을 조성하여 그간의 ESG 경영이 무색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권이 할 수 있는 ESG는 무엇일까?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고, 친환경 경영을 선포하며, 적도원칙을 준수하고, ESG 위원회를 경영진 직속으로 설치하면 되는 것일까? 우선 금융권의 ESG는 무척 임팩트가 크다. 금융기관들은 돈을 쥐고 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개인과 기업, 사회와 국가에 큰 임팩트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기관이 개인이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대출해주어 개인이나 기업이 그 자금을 바탕으로 그들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금융권의 가장 좋은 ESG 경영이다. 특히 지금처럼 혹독한 불황의 시기에는 금융기관이 하지 말아야 할 투자를 거르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해주어야 할 투자나 지원을 제대로 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으로 ESG의 방향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
포지티브 지원측면에서 금융기관들이 지금 집중해야 할 ESG는 바로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이다. 세계적인 ESG 지표 프레임인 TCFD는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전환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로 나누었다. 전환리스크(Transition Risk)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이다. 우선 기업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에 적응하는 과정과 속도와 관련된 불확실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이다. 동시에 기업이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정책, 법률, 기술 및 시장의 변화가 발생하는데서 오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EU 위원회는 이러한 전환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 전환 메커니즘 (JTM: Just Transition Mechanism)’을 발표하였다. EU 위원회는 ‘New Just Transition Fund’, ‘InvestEU "Just Transition" scheme’, ‘A new Public Sector Loan Facility’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전환리스크를 제거하고 예방하기 위한 ‘공정 전환 메커니즘을 발표한 바 있다.
EU는 ‘공정 전환’을 위한 JMT를 발표하며 ‘공정 전환 활동’을 아래와 같이 분류하였다. 첫째, 전환에 가장 취약한 사람과 시민에 대한 고용 기회 촉진,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 개선, 깨끗하고 저렴하며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접근 촉진이 있다. 둘째, 탄소 집약적 산업에서 활동하거나 탄소 집약적 산업을 구성하는 회사 및 부문에 대해 경제 다각화 지원 및 중소기업과 신생 기업 창출에 대한 투자가 있다. 세 번째로 화석 연료 및 탄소 집약적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 및 지역에 대해 에너지 인프라, 지역 난방 및 운송 네트워크 개선과 지방 공공 기관에 저렴한 대출 제공이 있다.
위 활동들은 전반적으로 EU가 보는 공정 전환 활동 기준이다. 그 맥락에서 보면 전환금융은 기후 중립 경제로의 전환이 공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핵심 도구이자, 전환 리스크를 완화하거나 예방하는 금융적 도구이다. 이미 OECD는 ‘OECD 라운드테이블’을 중심으로 전환금융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되었고, 정부와 민간 금융 부문에서는 많은 기관이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발표하였다.
ESG에서 ‘기후’와 ‘에너지’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기후 문제는 에너지 문제를 낳고, 에너지 문제는 다시 경제적인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 즉,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거기에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금 우리 국민은 에너지 구조의 불균형 와중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고, 극심한 불경기속에 고금리 이자까지 떠안아 복합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할 수 있는 ESG 경영은 무엇일까?
금융기관이 자구에 연연하지 않고, 큰 맥락에서 ESG 경영과 전환금융을 살펴본다면 국민과 기업이 에너지 혹한기를 벗어날 때까지 대출을 지원해 주고, 저리의 자본을 제공해 주는 것이 가장 큰 ESG 경영이라는 점을 쉽게 알수 있을 것이다. 전환금융의 기본 철학은 ‘공정전환(Just Transition)’ 즉 리스크에 취약한 기업과 개인이 지속 가능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금융을 활용하여 돕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환금융이라고 해서 대단한 일이 아니다. 지금의 국민의 고통도 따지고 보면 ESG 과도기 와중에 전쟁 발발과 그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거시적 원인도 한몫하였다. 그러니 금융권이 시각을 확장하여 전환금융을 전향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물론 금융권 역시 단순히 자금을 기부하거나 자선하라는 뜻이 아니다. 금융권도 전환금융이 가지는 재정적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환 채권 발행 등 다양한 전환금융 상품을 개발하여야 한다. 정책당국도 전환금융이 녹색금융처럼 유망한 기술 및 기업에만 한정적으로 투자되는 일이 없도록 전환금융의 취지에 맞는 금융기관의 ESG활동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ESG는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금 금융기관들이 그 일을 할 때가 왔다.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장, 연세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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