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81)] 유달리 인연이 많았던 정형진 장군의 통합메트릭스 신화(중)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3.02.08 15:47 ㅣ 수정 : 2023.02.08 15:47
윤용남 장군이 저술한 '기동전'은 독자적 연구 결과물로서 독일 육사에서도 교재로 사용 "우리의 주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정신전력 강화와 변화된 병영 환경 및 교육 등을 강조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국군 최초의 자주국방 전략증강계획 '율곡'에 참여했던 윤용남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예비역 육군 대장)은 지난 2021년 8월6일 오전 6시에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윤 전 의장은 1940년 경남 의령 출신으로 1959년 부산고를 나와 1963년 육군사관학교 제19기로 임관했으며, 6사단장과 5군단장, 3군사령관, 육군참모총장(제31대), 합참의장(제27대)을 역임후 1998년에 예편한 우리 군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베트남전에도 참전했으며, 특히 1996년 9월 강원도 강릉에서의 북한군 잠수함이 침투사건 발생시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정책통인 김동진 합참의장 대신 대간첩작전 전문가인 윤용남 육군참모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잡아라"며 윤 총장에게 지휘권을 맡긴 일화로도 유명하다.
고인은 군사정권 시절 '하나회' 장교들이 군부를 장악했을 때도 군내에서 '1차 진급'을 달렸다. 사단장 보직이 동기들에 비해 6개월 늦었던 것을 제외하곤 모두 1차 진급을 도맡았을 정도로 야전·전략·정책 등 3개 분야에서 능력을 보였다.
특히 준장 시절이던 1987년 육군본부 군사연구실장으로 재임시에 저술한 '기동전: 어떻게 싸울 것인가'는 미군과 독일군의 교리·전략을 한반도 전장 환경에 접목해 기술한 독자적 연구 결과물로서 독일 육사에서도 교재로 사용됐다.
故 윤용남 장군은 '기동전'을 접목한 군 구조 개편, 실전 교리 개혁, 교육 강화 등을 통해 현재 우리 군 구조·전략·역량 강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편 뒤에도 변화된 전장 환경에 맞춰 핵·포병전·특수전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혔고, 우리 군 또한 이 같은 환경에 빠르게 변모할 것을 강조해왔다. 작고전에는 우주전·인공지능(AI)·사이버전 등 미래 전장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의 주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정신전력 강화와 변화된 병영 환경 및 교육 등을 강조해온 고인은 '우리는 대한민국의 군인이었다'(2012)를 저술하기도 했다.
육군장으로 치러진 故 윤용남 장군의 장례식장을 찾은 정형진 장군은 연대장 시절에 큰 가르침을 주었고 군생활을 이끌어주었던 고인에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정성어린 조문을 했다.
■ 전장정보분석(IPB)과 통합메트릭스 준비로 며칠 밤을 꼬박 지새워 훈련 전에 거의 녹초
정형진 장군과 필자가 근무하던 무적태풍부대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상급부대인 3군사령관은 윤용남 장군이었다.
그때 윤 사령관은 한반도 지형에 부합된 새로운 ‘도로견부위주 종심방어’개념과 ‘통합메트릭스’를 활용한 전투지휘를 강조했으며, 총장시절엔 ‘육군발전목표’를 선정해 실천을 강요했다.
마침 국방개혁 시행을 위해 기동군단이 2개로 증가함에 따라 무적태풍부대는 소속이 바뀌어 인접 군단 예하부대로 전환되었다.
헌데 정형진 장군(당시 대령)이 지휘하던 80연대는 새롭게 소속 변경된 군단 통제로 연대전투단훈련 평가(RCT)를 받아 원래 소속된 기존 연대들보다는 불리한 입장이 되었다.
부대가 잘되기 위해서는 해부대의 강약점을 잘 분석하여 약점을 상급부대가 보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80연대의 연대전투단훈련 평가(RCT)를 앞두고 인접 사단의 36연대에서도 연대전투단훈련 평가(RCT)가 있었다.
하지만 인접 연대의 평가시에 새로운 개념인 적전술 및 통합메트릭스를 활용한 전투지휘가 미흡함이 실수로 부각되어 육대에서 적전술 교관을 지냈던 사단 감찰참모를 연대로 보내 다시 교육하고 인접 연대의 지적 사항을 즉각 전파해 주었다.
헌데 탁월한 정 대령은 상급부대인 군사령관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적을 상정한 적이 있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 적전술 교리형판을 이용하여 적의 배치를 추정한 전장정보분석(IPB)에 따라 이것에 상응한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당시에 강조되었고 현재도 잘 활용되고 있는 통합메트릭스를 활용한 전투지휘를 위해 연대 참모들과 연대장이 직접 연구하고 반복된 수정을 통해 완벽하게 작성하여 연대전투단훈련 평가(RCT)에 임했다.
훈련 평가가 끝나고 연대 정보과장은 “연대전투단훈련 평가(RCT)전에 전장정보분석(IPB)과 통합메트릭스의 개념을 숙지하고 작성하느라 며칠 밤을 꼬박 지새웠는지 훈련 전에 거의 녹초가 되었다”고 넋두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