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출 쌓이는 인뱅 3사···건전성·충당금 압박 커진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상승 흐름에 인터넷전문은행(인뱅)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범 취지인 ‘포용 금융’ 이행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 취급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인뱅 신용대출 취급분의 상당 부분은 고금리 상품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일단 인뱅 업계는 철저한 상환 능력 검증과 대손충당금 확대 등으로 부실 방파제를 쌓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지난해 평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각각 1분기 0.31%와 2분기 0.33%, 3분기 0.43%로 집계됐다. 분기마다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는 흐름이다.
NPL은 은행이 차주에 빌려준 원금·이자가 3개월 넘게 연체된 부실채권이다. NPL 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총여신(총대출)에서 NPL이 차지하는 규모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걸 의미한다.
케이뱅크의 경우 NPL 비율이 지난해 1분기 0.65%에서 3분기 0.76%로 0.11%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도 0.25%에서 0.29%로, 토스뱅크도 0.04%에서 0.23%로 NPL 비율이 올라갔다.
인뱅 업계의 건전성 우려가 대두되는 건 금리 상승 흐름에 경기 불확실성 확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 주문과 출범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을 주력으로 취급해야 하는 인뱅 입장에선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인뱅 3사가 지난해 12월 중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8.04~8.47% 수준이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평균금리는 연 6.32~7.13%로, 인뱅의 상단이 1%p 이상 높다.
아직 경영 공시가 나오지 않았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취급한 전체 신용대출의 25% 이상을 중저신용에 내준 것으로 파악된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약 4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중저신용 대출 규모가 더 늘어난다. 인뱅 3사가 올 12월 말까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으로 채우겠다고 보고한 비율은 케이뱅크는 32%, 카카오뱅크는 30%, 토스뱅크는 44% 수준이다.
중저신용 차주가 2금융권에 내몰리지 않도록 품는 게 인뱅의 역할이지만, 고금리 대출 취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연체 등과 같은 건전성 우려도 따라붙고 있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중저신용 차주가 많다는 건 잠재 부실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부실이라는 건 서서히가 아니라 한 번에 터지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미리 대비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기술적 예측도 중요하지만 만약에라도 실제 터졌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체력을 다져놔야 한다”고 말했다.
인뱅은 담보대출 등 여신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건전한 차주 발굴에 나서고 있다. 특히 CSS는 인뱅 업계가 주력하는 부실 대비 수단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인뱅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케이뱅크(190%), 카카오뱅크(273%), 토스뱅크(915%)로 200% 안팎인 시중은행 대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인뱅들이 공격적으로 늘린 자영업자 신용대출이 올해 경기 침체 우려와 겹칠 경우 향후 대손 비용 부담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빠르게 몸집을 불려온 인뱅 업계에 자산 건전성 관리가 우선 과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전성 수치가 상대적으로 안 좋게 보이는 건 중저신용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인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올해 전체 금융시장이 그렇듯 인뱅 역시 건전한 성장세 유도가 핵심 경영 전략인 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