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출시 초읽기…현대카드 '배타적 사용권' 포기에 당국 허용
금융위, "신용카드사, 애플페이 서비스 추진 가능" 확인
현대카드, NFC단말기 '리베이트' 우려에 독점조항 삭제
타사 참여해도 준비기간 필요해 당분간은 '사실상 독점'
"현대카드, 관련 프로모션 어떻게 진행할지 지켜볼 필요"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애플의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을 허용하면서 이르면 다음달 초 서비스가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의 허용 배경으로 현대카드의 배타적 사용권 포기가 지목되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3일 신용카드사의 애플페이 서비스 제공 관련 필요 절차 등을 확인한 결과 신용카드사가 관련 절차 등을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에 나선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애플 측에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1년간 배타적 사용권을 갖는 조건으로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해 왔다. NFC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고 애플페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NFC는 애플페이가 채택하고 있는 결제 기술이다. 국내 NFC 단말기가 보급된 신용카드 가맹점은 1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NFC 단말기 보급이 필수적이다.
당초 애플페이는 지난해 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애플페이 약관 심사를 완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금융위가 추가적인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출시가 지연됐다.
금융위는 현대카드가 NFC 단말기 보급 지원을 약속한 것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4조의2 제3항은 '신용카드업자와 부가통신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대형신용카드가맹점 및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법령 해석상의 예외 사유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타적 사용권 확보를 위한 NFC 단말기 지원이 리베이트에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에 독점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또 금융위는 애플페이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애플페이는 결제 과정에서 국내 결제 정보를 제휴사인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 결제망에서 승인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해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금융위는 "고객의 귀책 없는 개인(신용)정보 도난, 유출 등으로 야기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는 등 소비자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애플페이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도 과제로 남아있다. 애플페이는 국가별로 결제 건당 최대 0.15%의 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드사가 소비자와 가맹점에 수수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위는 "신용카드사는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 또는 가맹점이 부담하도록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편 현대카드가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애플페이 도입을 통한 점유율 확보에도 차질이 생겼다.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서비스에 뛰어들 수 있게 되면서 현대카드의 선점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NFC 단말기 보급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다른 카드사들이 '무임승차'한다면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이득은 다른 카드사와 나눠야 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카드가 선제적으로 나서는 만큼 사실상 독점 상태를 일정 기간 유지할 수도 있다. 타 카드사들이 후발주자로 나서는 만큼 서비스 도입에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타사가 뛰어들기 전까지 충분히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시장 점유율은 삼성페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상위 8개 간편결제 앱은 △삼성페이 1577만명(33.88%) △신한플레이 721만명(15.49%) △페이북/ISP 700만명(15.04%) △KB페이 533만명(11.45%) △카카오페이 411만명(8.83%) △페이코 326만명(7.00%) △NH페이 226만명(4.86%) △제로페이 160만명(3.44%)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페이는 전 연령대에서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iOS(아이폰)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 조사로 실시됐다.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애플페이 서비스가 출시되면 애플페이의 점유율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다음달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페이는 이미 NFC 단말기를 구비한 전국 편의점과 코스트코‧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이디야‧스타벅스‧메가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당국의 애플페이 출시 허용에 따라 다른 대형 가맹점들도 NFC 단말기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며,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가 공동으로 NFC/QR 단말기를 지원 중인 만큼 애플페이 결제 가능 가맹점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플페이의 경우 충성도가 높은 아이폰 사용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통로"라면서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10~20대의 비중이 큰 만큼 미래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애플페이를 통한 현대카드의 간편결제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회원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 84%, 아이폰 13%로 삼성이 6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 사용자의 모수가 작은데다 이들 모두가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을 발급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독점 조항을 삭제했다고 해도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에 뛰어들려면 준비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분간은 사실상 독점 상태가 될 것"이라며 "이 기간동안 현대카드가 고객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폰 사용자 모두가 현대카드를 갖고 있지도 않을 것이고, 다른 간편결제 수단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굳이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카드를 발급할지도 의문"이라며 "현대카드가 관련 프로모션을 어떻게 진행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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