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벌어진 이과생의 '문과 침공', '실속'은 없을 듯
2010년 8월∼2019년 2월까지 대졸자 8만 6181명의 18개월간 노동 시장 진입 과정을 분석
시간당 임금... 문과에서 이과 지원 학생 1.6% 낮고 이과에서 문과 지원한 학생 2.6% 낮아
유보임금...문과에서 이과 진학 학생 3.6% 높고 이과에서 이과 진학학생 9.0% 높아
2022년 문·이과 통합형 수능 이후 급증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의 경제적 보상은 미지수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2010년 8월∼2019년 2월까지의 기간 동안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진학할 때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진학한 학생의 졸업 후 임금이 교차 지원하지 않은 학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이과생이 문과 학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학벌 위주 선택이 경제적 실속은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볼 때,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이후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교차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취업단계에서 '실속'은 없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비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보와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공 교차지원의 노동시장 성과 분석' 논문을 6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를 활용해 2010년 8월∼2019년 2월까지 대학 졸업자의 약 18개월간 노동 시장 진입 과정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임금 분석 대상은 아르바이트, 임시직, 일용직을 제외하고 상용직으로 취직에 성공한 8만6181명이다.
졸업 학점, 대학 소재지, 대학원 졸업 여부, 성별 등이 같다고 가정할 때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은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졸업 후 시간당 임금이 1.6% 낮았다.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의 임금은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2.6% 더 낮았다.
반면 이과에서 이과로 진학한 학생의 시간당 임금은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5.2%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 전 기대했던 최저 연봉을 뜻하는 유보임금(9만979명 대상)의 경우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이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3.6% 높았다.
정작 교차 지원 여부가 취직 후 임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한 학생들의 취직 후 직업 만족도는 교차 지원하지 않은 문과 학생보다 떨어질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과에서 이과로 진학한 학생은 문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보다 유보 임금 수준이 9.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교차 지원 여부와 유보임금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학생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교차 지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대학 서열화가 공고한 국내 환경에서 학생들이 적성보다 대학 타이틀 때문에 교차 지원한 경우가 빈번해 교차 지원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교차 지원생들의 대학 생활 만족도·충실도가 떨어지고 결국 임금 등 눈높이에 차지 않은 직장에 취직하는 상황에 몰린다는 뜻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2022학년도 통합형 수능 이후에는 이과에서 문과로 진학한 학생 사이에서 교차 지원 부작용이 두드러질 공산이 크다.
점수 산출 구조상 이과생들이 유리한 가운데 대학들은 여전히 이과 계열에 수학, 탐구 영역에서 특정 과목을 요구하고 있으나 문과 계열에 특정 응시 조건을 두지 않아 '문과 침공'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분석 기간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한 비율은 10%대 초반,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한 비율은 4.5%가량이었는데, 문·이과 통합에 따라 이 비율이 역전될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이미 2022학년도 교차 지원 학생이 대거 입학한 대학에서는 중도 탈락률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연구팀은 "앞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는 향후 학생들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칠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문·이과 통합이 바람직하게 정착되려면 교육 당국이 각 대학에 수능 과목 제한 철폐 등을 요청해 지원자의 전공 선택폭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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