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승소한 ‘조루치료제’ 개발 중단 소송, 2가지 특허 쟁점 시사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유한양행이 100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에서 지난 3일 승소했다. 유한양행이 패소했을 경우 자칫 1조원 규모 소송으로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가 이날 1심 선고재판에서 유한양행의 손을 들어줬다. ▶2월 3일자 뉴스투데이 '[단독] 유한양행, 1000억원 규모 민사소송 승소…조루치료제 개발 중단 및 특허 유지 계약 법적 문제 없어' 참조
다만 원고 측은 항소 여부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패소로 인한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해야 하며 이번 소송의 인지대만 해도 3억1549만원에 달해 항소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 결과는 제약사가 개인의 특허를 활용해 신약 연구개발 하는데 있어 지켜야 할 상호 의무와 책임에 대한 준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소송 문건에 따르면 원고 설00씨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자신이 개발한 조루치료제(일종의 복합 신약)로 약 1000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설00씨는 자신이 개발한 조루치료제 상품화를 위해 제약사들과 접촉 중 유한양행과 연락이 닿았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특허 출원과 임상 2상까지 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설00씨는 2018년 유한양행이 임상시험과 특허출원을 사전 협의 없이 중단해 이익 실현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서류상 이 소송의 쟁점은 △특허 취소 과정 계약 사항 △임상시험 중단에 따른 계약 사항 △원고의 이익 실현 저해 등으로 압축된다.
■ 특허 유지 위반=재판부, "특허 유지로 원고에게 경제적 가치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워"
설00씨는 조루치료제의 특허출원에 있어서 유한양행의 권유로 자신은 발명자로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특허출원 행정 처리 및 비용 등은 유한양행이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00씨는 유한양행과의 계약서를 근거로 “피고(유한양행)가 마음대로 이 사건의 특허를 소멸시켰으며 이는 명백한 특허 유지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원고가 법원에 준비서면으로 제출한 계약 관련 서류에는 “특허의 독점적 전용실시권은 갑(유한양행)에게 귀속된다”와 “을(원고)은 갑의 사전 동의 없이 특허권 등을 실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을 등록과 유지,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갑(유한양행)이 부담한다”고 돼 있다.
계약서 상에는 특허의 권리 상다수가 유한양행에게 귀속돼 있다. 특히 특허를 유지하려면 등록료 납부를 유지해야 되는데 유한양행이 이를 중단해 말소됐다. 계약서대로라면 유한양행이 특허를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허 관련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특허 유지로 인해 설00씨에게 경제적 가치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외에도 설00씨가 주장하는 다양한 사정에 대한 증거가 설득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 원고의 이익실현 저해=재판부, "상업화 여부는 유한양행이 결정할 사항...상업화 성공을 가정한 손배액 산정은 무리 있어"
원고는 재판부에 감정 채택 및 감정 절차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해외특허(미국‧중국‧일본) 기술 가치 2914억원, 국내특허 기술 가치 16억원이다. 이에 대해 원고는 상업화가 중단된 2027년 12월까지 산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10년 이후를 기점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상업화가 시작됐을 경우 2028년 개발된 조루치료제는 국내에서 231억원 해외에서 3조9956억원 매출이 각각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특허 존속 만료기간 10년을 추가해 산정하면 사업 3차 년도의 매출을 기준으로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해외 203조0393억원, 국내 1조1489억원의 매출이 각각 발생하게 된다.
원고는 계약서 상 경상기술료 6%을 받기로 돼 있기 때문에 2012년을 기준으로 예상 경상기술료는 해외 17조1931억원, 국내 969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는 유한양행의 특허유지 의무 위반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했을 때 이 특허의 가치는 1조54억원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업화의 여부는 피고(유한양행)가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이로써 발생하는 이익은 산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설00씨)가 2019년 상업화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보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