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2.02 08:40 ㅣ 수정 : 2023.02.02 08:40
컨퍼런스콜 감산 소식, 삼성전자 주가 3%대 왜 빠졌나 하루 만에 반등, 왜 올랐을까... 증권가는 목표주가 유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2일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이틀간(1월31일·2월1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느라, 개인투자자들 가슴이 철렁했다가 다시 안도했다고 해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8년만에 최저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감산에 대한 입장이 분명치 않으면서 3%대 하락했다가, 전일 다시 장중 2% 가까이 오르는 상황이 연출돼서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는 ‘5만 전자’ 수렁까지 빠졌다가 올해 들어 외국인들의 ‘사자’ 행렬에 ‘6만 전자’에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머지않아 ‘7만 전자’ 이상을 바라보는 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감산은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이미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자연 감산을 시작한 셈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며, 이제 감산 이슈는 소멸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컨퍼런스콜 감산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 3%대 왜 빠졌나
삼성전자가 반도체 메모리에 대한 '인위적 감산'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자 지난달 31일 주가는 3% 넘게 떨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장보다 3.63% 하락한 6만1000원에 장을 닫았다. 외국인은 473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13거래일 만에 매도 전환이다.
씨티증권이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급 정책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감산 기대감이 재차 부각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4.33%나 뛰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 축소 및 감산 여부에 대한 입장 변화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을 묻자 "올해 시설 투자(케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침체 상황에서 업계 1위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면 업황 반등 가능성을 키울 수 있어서다.
물론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못을 박았던 과거와 달리 감산에 대해 적극적인 부인을 하지 않았고, R&D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는 등 자연 감산의 뉘앙스를 풍겼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사실상 감산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고 외국인은 대량매도로 돌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야 어쨌든 실제 감산에 대한 공식 언급이 없어서 기대감이 없어졌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고 재료 소멸이 두번째 이유로 보여진다”며 “감산하건 안하건 간에 감산 이슈 자체가 소멸하며 외국인은 차익실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점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95%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 대에 그친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반도체를 담당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96.9% 급감했다. 통상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겨우 면한 성적을 내면서 충격을 키웠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삼성전자의 주가가 많이 올라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도 이날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현재 반도체 업황이 최악이므로 올해 1분기 실적도 굉장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루만에 반등, 왜 올랐을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은 아니어도 사실상 자연적 감산에 돌입했다고 판단했다. 감산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며, 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감산 언급 여부에 3.63% 빠진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회복 기대·감산 바닥 신호 시그널 등 반등 신호로 읽히며 전일에는 전장 대비 1.31% 오른 6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감산 의지와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실적 발표였다"면서도 "세트 업계의 메모리 재고는 평년 수준으로 회귀했고, 2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은 현금지불 비용에 근접해 업황 바닥 시그널이 확인됐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 1월 스마트폰 출하량이 많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난 것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국 스마트폰 세트사들은 2021년 가파른 출하량 회복 국면에서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이슈로 부품 부족을 경험한 결과, 부품 확보를 위해 2022년 초까지 재고를 대량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국 주요도시 락다운으로 인해 전년 대비 23.7% 감소한 2억3670만대를 기록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꼽혔던 제로 코로나가 폐지된 후 중국 내 출하량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엄 이사는 ”하루 만에 3%대 떨어졌던 주가가 다시 반등한 것은 삼성전자도 올해 하반기 수요회복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는 데다가, 달러화 약세 방향성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으로 보여져 다시 외국인 매수가 들어온 것“이라고 파악했다.
■ 증권가는 향후 삼성전자에 대해 어떻게 보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에도 `인위적인 감산` 가능성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증권업계는 사실상 감산에 돌입했다고 보고 투자의견 매수와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신영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주가 변동성 확대 시 비중 확대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하면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만6000원을 유지했다.
유안타증권 역시 올해는 모바일·서버 D램 중심의 회복 시그널과 방향성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업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만원을 유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제는 단기 악재보다 하반기 이후 업황의 회복 방향성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만2000원을 유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재고가 감소 또는 재고 증가세가 둔화한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주가의 기조적 반등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업황과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7만2000원을 유지했다.
이 외에 DB금융투자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8만3000원을 유지, 현대차증권도 투자의견 매수와 6개월 목표주가 7만8000원을 유지, KB증권은 매수 유지와 목표가 8만원을 유지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7만1000원으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의 유의미한 자연 감산을 통한 생산 조절은 메모리 공급사의 재고 소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라며 ”공급사 재고 정점, 모바일 고객사들의 재고 정상화에 따른 구매 수요가 감지될 시 탄력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감산은 주가 바닥을 확인하는 이벤트라고 여겼고, 업황이 바닥을 지나는 지금이 저가 분할 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염 이사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바닥이 확인했다“며 ”추세적 상승은 수요 회복에 있으며, 수요 회복을 보여야 추세적 상승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긴축이 1분기에 종료될 것이고 중국 소비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의 추세적 상승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이제는 감산보다 수요에 집중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