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가 '찜한' 종목, 주가 고공행진…"주주환원 개선 기여할 것"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목한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연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스엠과 신한지주 등 일부 기업들은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며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로 한 가운데, 다른 기업들도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18만6000원으로, 올해 들어서 34.69% 상승했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하루동안 14.65% 급등하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소위 '강성부 펀드'로 일컬어지는 KCGI의 주주행동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UCK),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추진 소식 등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스템임플란트는 공시를 통해 UCK와 MBK파트너스로 이뤄진 UCK컨소시엄이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9만원으로, 예정 수량은 최소 239만4782주에서 최대 1117만7003주까지다. 기간은 내달 24일까지다.
앞서 KCGI는 지난해 말부터 자신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에프리컷홀딩스'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을 매수하고 지분율 6.57%를 확보했다. 지난 18일에는 오스템임플란트에 최규옥 회장 퇴진을 포함한 지배구조 서한을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KCGI의 행동주의로 조금씩 자극받던 주가가 UCK컨소시엄의 공개매수에 영향을 받아 급등한 것이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 성사와 10% 이상 지분율을 확보한 주주 여부에 따라 다섯 가지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 가장 유리한 것은 공개매수 실패 후 2차 공개매수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오스템임플란트의 목표주가를 22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목표가 된 7개의 상장 은행금융지주들의 주가도 올해 들어 일제히 10~30%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전일 기준 JB금융지주(175330)는 지난해 말 대비 34.98% 올라 7개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이외에 △신한지주 27.56% △하나금융지주 26.28% △KB금융 21.44% △우리금융지주 15.76% △DGB금융지주 12.73% △BNK금융지주 12.00%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올 초부터 국내 7개 상장 은행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은행지주들에 공개서한을 보내 보통주 자본비율 13% 이상에 해당하는 이익을 매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자본배치정책 도입 등의 중기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시일은 내달 9일까지로, 금융지주들이 시일 내에 금융지주가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형태의 자본배치정책·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얼라인파트너스는 법률상 보장된 주주제안건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에는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7개 은행지주의 정기주주총회에 대한 주주제안 안건을 사전 공개하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안건을 통해 △보통주 현금배당 수준 제안 △2023회계연도부터 배당·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배당 관련 정관 조항 변경 등을 요구했다.
이에 신한지주는 지난 2일 2023년 신한경영포럼에서 자본 비율을 12%대로 유지하고 13%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JB금융지주의 상승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얼라인파트너스가 2대 주주로 있어 적어도 JB금융만큼은 배당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외 신한지주와 하나금융도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시중은행 중에서는 두 은행들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대 금융지주보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의 목표가 됐던 에스엠(041510)도 올해 들어 4.69% 상승했다.
에스엠은 지난 20일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해부터 요구했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12가지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합의안에는 에스엠이 향후 3년간 별도 당기순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해당 정책을 3년마다 재공하기로 했다.
앞서 에스엠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으로 지난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에 종료한 바 있다.
안다자산운용과 싱가포르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에게 요구를 받고 있는 KT&G의 주가도 연초부터 전일까지 5.36% 뛰었다.
해당 운용사들은 KT&G에 한국인삼공사(KGC)를 인적분할상장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FCP가 주주서한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안다자산운용도 사외이사 추가 증원과 함께 증선위원을 역암한 바 있는 국내 대학 회계 전문 교수와 루이비통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을 지냈던 김도린 대표 등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KT&G 측은 전일 온라인으로 실시한 기업설명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며, 향후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나섰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기업설명회를 통해 "현 시점에서 KGC의 분리상장 추진은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실익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분리상장을 한다면 기대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방 수석부사장은 "이익이 불분명한 것과 달리 분리상장에 따른 손실은 분명해 보인다"며 "KT&G와 KGC가 사용하는 원료가 농작물이기 때문에 서료 관계하고 있는 농민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노하우, 면세와 대형 유통채널에 대한 공동 교섭력, 스마트팜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 연구개발, KT&G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KGC의 해외 진출 시너지를 잃을 수 있고, KT&G라는 모회사의 자금 지원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향후 주주행동주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공정'과 소액주주 권리에 주목하는 환경에 있다"며 "특히 지난해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얼라인파트너스 등 일부 행동주의 펀드들이 만든 실질적인 변화가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증가는 투자대상 기업의 주가 상승과 한국증시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가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중요성을 환기하면서,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인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