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 韓 증시에 '긍정적'...증권·은행·삼성전자 수혜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증시와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해외에 비해 저평가받는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 중 하나가 해소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시,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되면,국내 증시로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 금융주(은행·증권)와 대장주(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6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주재하고, 자본시장 분야 규제 혁신 안건을 심의했다.
금융위원회가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에 대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기존 관행에 불가침 성역은 없다’는 원칙에 따라 제도를 꼼꼼히 살펴봤다”며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해도 기존 제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는 외국인 사전등록을 의무화해서 등록증을 발급한 뒤, 모든 매매 내역을 관리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 투자하려면 먼저 금융감독원에 서류를 제출하고, ID(투자등록제도)를 받아야만 한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유지돼왔다.
국내 투자자가 애플이나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따로 등록 절차 없이 증권사를 통해 매매가 가능하지만 외국인이 국내 상장된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계산 주체 명의로 인적 사항 등을 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한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는 그동안 절차상의 번거로움과 정보 노출 때문에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접근성이 떨어졌다.
따라서 정부의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절차에 불편함이 해소되고 유동성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고질적인 제도 폐지라고 해서 당장 시장에 임팩트를 가져오기보다는, 정부가 외국인들을 이해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그동안 이 제도가 낡은 규제로 지적돼 왔기에, 대체적으로 제도 폐지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로 외국인 자금 유입 폭이 커질 수 있어서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한 반도체나 금융주 등 대형주에 집중됐다. 전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703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606억원과 3144억원을 순매도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그동안 이 제도 탓에 투자를 꺼렸던 외국인들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불발된 이유 중 하나가 투자등록제 등 각종 외국인 규제였다.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는 MSCI 선진국 편입 재추진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는 최근 반기 리뷰(2022년 6월)에서 한국이 경제 규모와 주식시장 규모 측면에서 선진국 편입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나, 주식시장 접근성 요건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MSCI가 낮게 평가된 항목은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 및 결제 △현물 인수도 자율성 등 이체성 △투자상품의 가용성을 꼽았다.
염 이사는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가 필요한 데, 이 경우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히 선진지수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높일 수 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선진지수 편입 시, 외국인 투자가 더 늘어나 거래대금이 증가할 수 있기에 특히 증권주에 유리하다”며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도 호재며, 외국인 매수 유입 시 대형주 중심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