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회장·행장에 잇따라 내부출신···우리금융 인사 관심
인사 시즌 이후 주요 금융사 수장 교체
신한·수협·기업 등 내부 출신 인물 발탁
우리금융 인사 관심···외풍 논란 중심에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내부출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수협·기업은행 등이 내부출신 회장·행장을 맞이하면서 정권 교체에 따른 외풍(外風) 우려도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다만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관(官) 출신으로 교체되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도 커지는 만큼 긴장감은 잔존해 있다. 특히 우리금융 인사 결과는 금융권에 대한 현 정부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오는 18일 회의에서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승 현 회장의 임기가 올해 3월 종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통상적인 CEO 선임 절차지만 금융권에선 우리금융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손 회장 연임 도전과 이사회 지지 여부가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권 외풍 우려의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다. 금융사 재취업을 3~5년 간 제한하는 징계지만, 효력 정지 가처분과 징계 취소 소송에 나설 경우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은 가능하다.
다만 손 회장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건 금융당국의 압박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사고 개선 등은 이야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고 말하며 사실상 손 회장 퇴진 공세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정부가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히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취임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농협금융을 제외한 다른 금융사는 내부출신이 CEO로 선임됐다. 신한금융 회장에는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내정됐고, 신한은행장에는 한용구 부행장이 취임했다. 수협은행 역시 강신숙 부대표가 행장으로 선임되며 2연속 내부출신을 택했다.
기업은행은 김성태 전무가 행장으로 취임했다. 기업은행은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국책은행인 만큼 차기 행장에 관료 출신인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내부출신이 깜짝 발탁되며 관심을 끌었다.
주요 금융사 인사에서 외풍 우려를 딛고 내부출신이 강세인 가운데 우리금융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손 회장이 연임하면 내부출신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만, 외부인사가 등장할 경우 금융권 전반에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 연임 도전에 힘을 실어줄 지도 관심이다. 우리금융은 2021년 11월 정부 지분을 털어내고 23년 만의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이제 엄연한 ‘민간 금융사’인 만큼 정부 입김에서 벗어난 의사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완전 민영화 이후 첫 회장 인사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나 손 회장 거취가 앞으로 방향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며 “내부출신이 꼭 손 회장만 있는 건 아니지만 ‘압박에 못 이겨 퇴진한다’는 전례가 새겨지는 순간 우리금융이나 금융권의 허탈감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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