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은행권 이슈점검] 고금리에 수익·건전성 관리 총력···비금융 영토 확장 기대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은행권은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본격화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적어도 올해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장 변동성 대응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고금리 상황 속 취약차주 지원 확대를 주문한 만큼 은행권 어깨도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강화로 고객 신뢰를 끌어 올려야 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춘 플랫폼 경쟁력 강화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뿐 아니라 비(非)금융으로의 영토 확장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시장도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 올해도 은행권 대출금리 우상향할 듯···기준금리 정점이 관건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새해 첫 영업일인 지난 3일 연 5.27~8.12%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7%대였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선 것이다.
주담대 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급등세다. 같은 날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5.89%~7.32%로 집계됐다. 지난해 첫 영업일과 비교했을 때 상단이 1.92%포인트(p)나 올랐다. 신용대출 역시 연 8% 돌파를 목전에 뒀다.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에 기인한다. 한국은행은 2021년 12월 연 1.0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까지 연 3.25%까지 끌어올렸다. 1년 만에 기준금리가 2.25%p나 치솟으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도 큰 폭 뛴 것이다.
대출금리가 진정되려면 기준금리 인상도 멈춰야 한다. 다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진화에 나선 한국은행이 당장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p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선 올해 기준금리 정점을 연 3.50~3.75% 수준으로 보고 있다.
■ '양날의 검' 된 고금리···최대 실적 누렸지만 수익성·건전성 위협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은행권이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로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합계 순이익 전망치는 17조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실적 잔치에도 올해 은행권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시장금리가 너무 많이 오른 탓에 올해 대출 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점도 은행권의 수익성 우려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증권가에선 올해 은행권 순이자마진(NIM) 상승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NIM은 금융사의 자산단위당 이익률로, 핵심 수익성 지표다.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의 이익 증대 효과는 점차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관리도 중요한 요소다. 올해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 건전성을 점검해야 한다. 금융 지원 등으로 인한 숨겨진 부실이 얼마나 드러날지가 관건인데, 수익성 타격도 불가피하다.
■ 취약차주 지원·내부통제 강화도 과제···무너진 고객 신뢰 되찾을까
은행권은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원금·이자 상환 유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엔 전세대출 금리 인하나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등 취약차주 지원책을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의 성격을 지닌 은행권에 취약차주 지원 정책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더 강도 높은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도 취약차주 지원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단 방침이다.
내부통제 강화도 올해 은행권의 과제로 꼽힌다. 수백억원대 횡령과 이상 외환 송금 등 지난해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로 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도 무너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내부통제 책임 범위 확대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은행원들에 대한 윤리 의식 제고와 내·외부 감시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금융사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위험을 통제하는 시스템과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 새판 짜는 금융사들 “디지털 강화” 한 목소리···조직 신설도
또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본격적인 새판 짜기에 나선다. 올해 모든 은행들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설정했다. 디지털·데이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금융사는 도태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편리함으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은 기성 은행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은행권은 자체 앱 다이어트나 비대면 프로세스 확대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디지털 관련 부서를 확대 재편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정보기술(IT) 인재 모시기에 나선 것도 전통 금융사 틀을 깨고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특히 정부가 올 상반기 중 발표할 금산(금융과 산업)분리 규제 완화 방향에 은행권 기대감이 크다. 규제가 풀린다면 은행업 울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혁신 시도를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노하우로 본업(은행업)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 "비은행 키운다" "금융지주 전환"···금융사들 대형 M&A 예고
올해 M&A 시장에선 금융지주들이 큰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 강화로 은행에 쏠려 있던 실적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비은행 강화는 금융권의 최대 화두다.
지난해 말 증시 부진 여파에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실적이 주저앉았다. 금리 상승 영향에 은행 실적이 큰 폭 성장하며 전체 실적 하락은 방어했지만, 안정적 수익 기반 구축에 대한 요구가 크다. 금융지주들은 자체 역량 강화 뿐 아니라 M&A로 비은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미 하나·우리금융지주는 M&A를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유일하게 보유하지 않은 증권·보험사 인수로 종합 금융지주 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이 M&A에 쓸 수 있는 자금만 약 6조원대로 추산된다.
sh수협은행은 올해 금융지주 전환을 공식화했다.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회사 인수가 우선 과제로 꼽히는데,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인수 자금은 수협중앙회로부터 증자받는 방식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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