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신용융자 이자율 일제히 인상…'빚투족' 비상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개인투자자 중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족'들의 금리 부담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부터 구간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약 0.4~0.5%포인트 올렸다.
NH투자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QV 이용자 기준 1~7일 이자율은 4.9%에서 5.4%로 상승하고, 61일 이상 이자율은 9.5%에서 9.9%로 인상된다.
KB증권도 1~7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기존 5.3%에서 5.5%로, 8~15일 이자율은 기존 8.6%에서 8.9%로 인상시켰다. 증권담보대출 이자율도 고객 등급과 관계 없이 각각 0.3%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9일부터 1~7일 이자율과 90일 이상 이자율을 각각 5.05%와 10%로 적용한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기로 나섰다.
하이투자증권은 구간별 이자율을 △11~30일 기준 8.5%→9.0% △31~60일 기준 9.0%→9.3% △61~90일 9.3%→9.5%로 각각 0.5~0.2%포인트씩 올렸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달 16일부터 신용금리와 대출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전까지 90일 이상 금리가 10%를 넘기는 곳은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등 두 곳이었으나, 최근까지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금리 인상세가 지속되며 10%를 웃도는 곳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으로 최종 이자율이 12%를 상회하는 증권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해 금융당국이 반대매매 급증 우려를 완화하고자 시행한 증시 안정화 대책도 올해 들어 종료된다.
이에 올해부터는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담보 비율과 반대매매 기한이 원상복구된다.
실제로 지난해 담보 비율을 130%로 낮췄던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이달부터 기존 140%로 높였다. 반대매매를 1거래일 유예했던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정책대로 원상복구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융자 잔액 비중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주가 급락에 따른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이자율이 높아진 것에 영향을 받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증시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되는 만큼, 개인들의 신용거래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포탈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6조5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23조886억원) 대비 28.5% 감소한 수준이며, 2020년 말(19조2214억원)과 비교해도 14.1% 줄어든 수치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용융자 추이를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5월 말 기준 21조5646억을 기록한 이후 20조원선이 붕괴되며 하락세를 지속해 같은 해 10월 말 16조757억원까지 내려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에 영향을 받은 지난해 11월 말 17조1341억원까지 반등했으나, 이후 재차 하락 전환해 16조원대로 후퇴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주식시장은 지난해 연말의 연장선에서 움직일 전망"이라며 "그 과정에서 글로벌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부담에 지수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이며 코스피의 하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한동안 추가 매수는 지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