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코스피 상반기가 고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엇갈린 시각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기간 중 풀린 천문학적인 통화량으로 지난해 세계경제는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거침없는 금리인상은 지구촌 경제를 침체에 빠트렸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는 작년 12월을 고비로 주춤해졌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그 이후로도 상당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세계경제는 새해에도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미국증시와 국내증시를 비롯해 부동산, 금리, 환율 등 새해경제에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분야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는 1년 내내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2021년 6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사상 처음으로 33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2021년 12월만 해도 3000선을 유지했으나 작년말에는 2200선으로 800P 가량 떨어졌다. 최고점과 비교하면 33% 급락했다.
코스닥은 더 심하다. 2021년 8월 1062를 고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해 작년말에는 670선을 겨우 버텨냈다. 고점 대비 36%나 급락했다.
올해 첫 장을 시작한 2일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란 겹악재에서 좀처럼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보통 새해를 맞이하면 기대감으로 증시가 오르는 1월효과가 있는데, 올해는 이 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경기침체 공포까지 더해져 바닥을 점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가 상반기 중 2100~2500선 사이에서 큰 폭의 변동없이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던 연준은 작년 12월을 고비로 고강도 금리인상 궤도에서는 벗어났지만 올 상반기가까지 금리를 완만하게 인상시키고 고금리 상태를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 기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증시는 지속적인 하락압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다만 작년과 같은 급격한 금리인상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여 쇼크 수준의 급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문제는 고금리 충격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길이와 폭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나타날지가 변수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여전히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준이 정한 목표 인플레이션은 2% 수준으로 7%대인 현수준과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임금인상률과 기대인플레 등을 고려하면 올해안에 이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시장의 초점은 과연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연준이 1분기 목표금리(5.0~5.2%)에 도달하기까지는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그 이후에 고점 수준에서 금리를 일정기간 유지시킨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시장은 제한된 범위나마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래서 3월 금리 결정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지난해 큰 폭의 조정을 거친 이차전지가 그래도 희망을 가져볼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작년 70만원 부근까지 올랐다가 테슬라 쇼크에 밀려 44만원대로 주저앉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오랜 조정으로 바닥에 진입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올 한해도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부정적 관측이 더 많은 편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5960억달러로 지난해 6180억달러 대비 3.6%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이 지난해 제로코로나로 꽉 막히면서 국내 반도체 회사들의 실적에 주름살을 안겼는데, 올해 제로코로나 폐지로 과연 얼마만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