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사 종합] 국내 주요기업 신년사로 보는 '계묘년' 경영전략은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1.03 05:00 ㅣ 수정 : 2023.01.03 05:00

올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만큼 엄중한 경제상황
재계, 계묘년 경영전략 ‘위기 극복·미래 경쟁력 확보’
삼성전자 "미래 위한 과감한 도전·투자로 한계 벽 넘어"
SK "인류 문제 해결책 제시하는 기업만이 미래 선택 받아"
LG "구성원이 만든 고객가치, 사랑받는 기업으로 영속하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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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제 지난해 성과에 대한 기쁨이나 아쉬움은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된 2023년 준비에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희대의 재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중대한 경제적 위험’을 맞닥뜨리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현재 시점이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만큼 엄중한 경제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이 위기는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사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각 기업 대표들은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1년간의 경영방향에 대한 큰 틀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발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의 대표적 화두는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다. 당장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 위기를 돌파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그 시작점에 서 있는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올 한해를 계획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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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청와대 유튜브 청년희망ON(溫, On-Going) 관련 영상 캡처]

 

■ 삼성전자, ‘미래를 위한 과감한 도전과 투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사장)은 2일 오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공동 명의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독려했다.

 

이를 위해 제시한 전략은 △친환경 기술을 미래 경쟁력으로 육성 △경영체질·조직문화 혁신과 미래를 위한 과감한 도전·투자 △초격차 기술 리더십·절대적 품질·차별화된 고객 경험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창의적 조직 문화 구축 △준법 가이드라인 철저히 준수 등이다.

 

한 부회장은 “2023년은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본격화하는 원년이므로 친환경 기술을 우리 미래 경쟁력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삼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드는 것이 되도록 하자”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그는 또 과감한 도전과 변신을 통한 도약의 전환점을 제안했다. 

 

한 부회장은 “현재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영 체질과 조직 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미래를 위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혹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품질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고객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모든 변화를 이끌어 갈 원동력인 임직원을 위한 노력도 약속했다.

 

한 부회장은 “다양성, 공정, 포용을 토대로 한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서 준법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준법 문화 정착에 힘쓰자”고 요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별도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당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 부회장과 경 사장 신년사와 같은 뜻을 담고 있다고 풀이된다. 실제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국내외를 바쁘게 오가며 기술 역량 향상과 인재 풀 넓히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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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열린 ‘도쿄포럼 2022’ 개막연설을 통해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유연성과 다양성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SK그룹, ‘인류 문제 해결책 제시해야 미래는 우리의 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2023년 신년 인사를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가치를 공유했다.

 

최 회장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지구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 문제’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 질병, 빈곤 등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기업에게도 ‘관계(Relationship)’가 중요한 시대다.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관계’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의 신뢰 크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언급한 신뢰를 쌓기 위해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으며 새로운 국가 및 시장을 발굴하는 등 ‘관계’와 네트워크의 확장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하면 좋을 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민해 만들어 나가자”며 “관계 범위를 넓히고 기후변화·양극화·디지털 격차와 같은 인류 공통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SK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들은 최 회장 기조에 기반해 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큰 그림을 그렸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올해 경영방향으로 생존역량(Sustainability) 강화와 새로운 성장기회 선점을 역설했다.

 

장 부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성과를 되짚어 보고 SK㈜ 가치를 더욱 키우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각 사업에 ESG 경영체계를 내재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등 4대 핵심 사업영역에서 변화하는 흐름을 날카롭게 읽어야 한다”며 “성장 기회를 빠르게 쟁취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부정적인 경영 환경으로 올해는 도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초격차 기술력(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격차)과 원가 경쟁력으로 세상에 혁신을 이끌고 있고 이는 우리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며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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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구광모 (주)LG 대표가 LG 임직원들에게 영상 신년 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전달했다. [사진 = LG]

 

■ LG그룹, ‘고객감동 계속 키워나가 영속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로 ‘고객’을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2019년 첫 신년사에서 고객가치를 정의하고 2020년에는 고객가치 실천을 제시했다. 2021년에는 보다 깊이 있는 고객가치 실현을, 2022년에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객경험을 당부했다.

 

올해는 구성원이 LG 주인공이 돼 만드는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LG가 앞으로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구 회장 판단이다.

 

구 회장은 더 높은 고객가치에 도전하는 구성원들을 ‘고객가치 크리에이터(Customer Value Creator)’라고 부르며 “구성원 각자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요청했다.

 

그는 이어 “저의 고객은 LG 이름으로 고객감동을 만들어 가는 여러분이며 고객감동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만드는 고객가치”라며 “여러분의 실천과 도전이 인정받고 더 큰 기회와 개인의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LG그룹 핵심 계열사들도 구 회장과 뜻을 같이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장)은 △포트폴리오 고도화 △고객 중심 사업 운영체계 구축 △미래준비 역량 강화 △워룸 태스크(Task) 실행 등 4가지 핵심 전략을 강조했다. 

 

조주완 사장은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미래 기회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여가야 한다”며 “또 CX(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와 DX(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를 연계한 혁신 활동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울러 “미래기술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온라인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경기불황 장기화에도 근본적 경쟁력을 확보해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건강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자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도 사업구조 고도화와 고객가치 혁신을 제시했다.

 

정 사장은 “수주형 사업은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으로, 수급형 사업은 핵심 고객 중심, 프리미엄 제품 집중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사업구조 고도화는 ‘고객가치 혁신’에서 출발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가치와 구성원가치가 계속 성장·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사장)은 “고객의 핵심 니즈(Needs·욕구)를 파악하고 미래 방향에 적합한 기술과 제품을 먼저 제안해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질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사업 경쟁력 재점검, 차별화된 기술,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토대로 ‘탄탄한 수익구조’를 확보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전망돼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에 더욱 힘쓰는 분위기”라며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까지 연결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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