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부담에 혜택 줄이는 카드업계…무이자 기간 축소 등 '디마케팅'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조달 부담이 심화하면서 카드업계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내년부터 프리미엄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프리미엄 리워즈' 최대 무이자 할부 기간을 기존 4~6개월에서 1~2개월 축소한다.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지난달부터 대형 유통가맹점, 온라인 쇼핑몰 등과 제휴를 맺고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KB국민‧현대‧롯데‧우리카드도 이달부터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KG이니시스 결제와 도서 구매 등에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중단했다. 우리카드 역시 온라인 결제, 백화점‧대형마트‧항공‧여행‧4대보험‧반려동물 관련 결제에 최대 12개월까지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를 2~3개월로 단축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8월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제공하기로 계획했던 가맹점 업종별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와 부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지난달 15일 조기 종료했다. 현대자동차 구매 시 제공되던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도 3개월로 축소됐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무이자 할부 혜택을 축소하는 이유는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여전채 금리도 올라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이자 할부는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를 카드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기간이 길수록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자금을 끌어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을 들여가며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5.538%로 나타났다. 이는 올초 2.420%로 출발한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지난달 8일에는 6.088%까지 오르며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최근 들어 채권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연초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조달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규모도 74조원 규모로 차환부담이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이달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카드사의 3개월 내 만기도래 차입부채액 대비 즉시가용유동성자산 비율을 나타내는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은 올 3분기 기준 155.6%다. 100%를 상회하고는 있지만 2019년 220.3%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저금리로 조달했던 여전채를 차환하려면 높아진 금리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여신전문금융사 자금조달 중 기업어음(CP)와 단기사채 비중은 지난해 12.9%에서 올 9월 17.7%로 확대됐다. 여전채 발행액 중 2년 이하 비중도 같은 기간 31.5%에서 51.3%로 상승했다.
조달 부담과 더불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점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포함으로 대출 부문에서 수익이 감소한 점도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드업계는 혜택을 축소하는 동시에 수익 다각화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BC카드는 최근 데이터 전문기관 예비 허가를 획득했다. 고객 결제정보 등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조달 부담이 커졌고, 내년에는 조달금리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업계 전반에서 혜택을 축소하거나 종료하는 등 디마케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으로 수익이 감소한 만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해외 진출이나 데이터 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