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관치 금리 역기능 우려된다
[뉴스투데이=이성규 기자]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지난달 사상 최대인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금융정책 및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예금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권고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제해 달라고 했다.
하는 일과 법적 설립 목적은 달라도 보통 국민이 보기에는 이 세 기관(한은, 금융위, 금감원) 모두 광의적 개념으로 본다면 정부일 뿐이다.
그런데 금리를 바라보는 박자는 분명 맞지 않는 느낌이어서 국민 대부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뛰는 물가는 잡아야 하고, 미국이 우리보다 기준금리를 더 높게 올리고 있는 마당이어서 달러 자금이 국외로 빠져 나갈까 봐 등 여러 이유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것은 국민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생각하지만,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삼기에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데 주저함이 없다.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어서다. 여기에는(기준금리 인상) 거대한 가격 변수인 환율(안정)도 포함된다.
반면 금융정책과 감독당국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은행권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쏠리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돈이 은행권에만 몰릴 경우 자칫 자금의 쏠림으로 산업과 경제에 악영향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특히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르니 서민들의 고통이 클 것이라는 점도 감안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말이 권고지 이를 듣는 입장인 은행권 입장에선 관치로 여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달 들어서도 예금금리는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는 데 예금금리가 오르지 않고 자칫 대출금리만 뛴다며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은행권 예대금리차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것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여하튼 지난해 7월까지 0.5%를 유지하던 기준금리는 어느덧 지난달 3.25%까지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과 대출금리는 자연스럽게 올라야 하고 그래야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동시에 고통스럽겠지만 인플레이션 또한 빠른 시일 내 완화할 수 있다.
고금리로부터 국민 부담을 낮추려면 하루빨리 인플레이션을 잡아서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 정답이지, 기준금리는 올리면서 은행권에 예금금리를 인상하지 말라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 금융당국이 금리 결정에 개입하면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가 왜곡될 수도 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초기 자본주의가 실패한 이후 미국은 이를 수정한 뉴딜정책을 펼친다. 바로 수정 자본주의다.
수정자본주의는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해서 경제를 운영한다는 것인데 장점은 국민 복지가 개선된다는 것이고, 단점은 시장의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수정자본주의 창시자인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시장이 스스로 자기 조절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마라'고 권고한 것은 수정자본주의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시장 자유도를 떨어뜨리더라도 대출 부담을 줄여 국민 복지 향상에 기여하겠다니 말이다.
그러나 수정자본주의는 이미 명확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경기침체와 장기불황이고, 두 번째는 불황과 함께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수정자본주의 단점을 되새겨 보면 현재 우리가 겪는 경제 상황을 보는 듯하지 않는가.
여하튼 수정자본주의는 1970년대를 끝으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쇠퇴했고, 우리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또다시 새로운 국면에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 등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1920년대 미 경제 대공황이 이후 1970년대 막을 내린 경제 개념인 수정자본주의를 신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은행권 수신금리를 산정하는 은행채 금리나 시장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당연하고, 이에 맞춰 예금과 대출금리가 정상적으로 올라가야만 통화정책에 효과(물가안정, 기준금리 하락)가 빨리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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