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대 고정’ 안심전환대출 부진···조건 완화로 공급 탄력받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 상품인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여전히 부진하다. 연 3%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지만 가입 조건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조건 완화로 안심전환대출 공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평균 대비 금리 수준이 낮은 만큼 형평성 논란도 계속 따라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제3차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에 보유 중인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연 3.8~4.0% 고정금리(저소득 청년 연 3.7~3.9%)로 전환해주는 정책 상품이다. 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 한국은행의 연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7%대 후반인 걸 고려하면 안심전환대출 금리 자체는 매력도가 높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주담대 변동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안심전환대출은 주택 가격 4억원 이하 1주택자에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등의 조건을 갖춰야 신청할 수 있었다. 이후 주택 가격 6억원, 부부 합산 소득 1억원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한도 역시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은 여전히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액은 8조36억원으로, 올해 공급 목표인 25조원의 약 32%에 불과하다. 지난달 7일 조건 완화 이후 전일까지 4조0000억원이 신청됐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속도다.
시장에선 안심전환대출 흥행 부진 이유로 현실과 동떨어진 조건을 지목한다. 최근 집값 흐름을 봤을 때 6억원이라는 주택 가격이 너무 낮게 설정됐고, 1억원이라는 부부 합산 소득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8746만원이다. 안심전환대출이 공급되기 시작한 지난 9월에는 8억175억원에 육박했다. 범위를 서울로 좁혀보면 평균 매매가는 12억원대로 급등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 2019년 9월 진행한 제2차 안심전환대출은 주택 가격 조건이 9억원이었다. 당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606만원이었는데, 2년 만에 집값은 2억원 이상 올랐지만 주택 가격 조건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만 있으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고 있다”며 “조건이 조금 타이트하게 잡혀 신청을 못 하는 고객도 다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년 간 한시적으로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운영하기로 했다. 주택 가격 조건은 9억원으로 높아지고 소득 기준도 없앤다.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으로 확대된다.
조건이 추가로 완화되면 안심전환대출 공급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간 거론돼 온 형평성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세대출 금리에 대한 대책은 없이 집주인의 이자만 깎아주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외에도 정책 상품 쏠림 현상과 채권시장 압박 등의 우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나 금리 수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리 수준은 조달금리 뿐 아니라 재원 확보 상황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대출 구별 없는 금리 체계를 통해 기존에 제기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