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이냐 반등이냐…2023 가상자산 전망 ‘극과 극’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내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FTX 사태로 시장의 신뢰가 붕괴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투자 저변 확대, 제도화를 통한 시장 안전성 확보로 반등을 예상하는 전망도 혼재 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표적인 가상자산 비트코인의 가격이 내년에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계 대형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5일(현지시간) ‘2023년의 금융시장 서프라이즈’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내년에 5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FTX·고금리 타격에 비트코인 추락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이미 60% 이상 하락했다. 미국 긴축 정책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보호 신청으로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코인 대부업체 등 관련 기업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 가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져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비트코인이 최근 1만70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70%가량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릭 로버트슨 SC 글로벌 리서치국장은 “기술주와 함께 (비트코인) 수익률이 급락할 것”이라며 “점점 더 많은 가상자산 회사들과 거래소들이 유동성 부족을 확인하고, 추가 파산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사태가 앞으로 1년 안에 발생할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다”라며 “시장 전망치나 우리의 기본적인 견해를 상당히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 베테랑 투자자인 마크 모비우스 또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SC가 예상한 만큼은 아니지만 내년 가상자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모비우스는 가격 폭락을 예상한 핵심 이유로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을 꼽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올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서며 가상자산 호황기도 끝났다고 평가했다.
모비우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재정 부양책을 시행하며 지난 몇 년간 통화 공급량이 40% 이상 증가했지만 올해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현금을 회수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메마르기 시작했다”며 “내년까지 고금리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비트코인 가격도 1만달러까지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 긴축 시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의 투자 회피 심리도 커진다. 게다가 높은 이자를 제공하지도 않아 투자상품 매력도 반감된다.
모비우스는 “가상자산 예금에 대해 5%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었지만, FTX 사태 이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파산했다”며 “FTX 사태 이후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최근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보유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팀 트레이퍼는 지난 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내년에 25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25만달러에 달하는 시점을 당초 올해 말로 예측한 바 있다. 다만 시점은 내년 6월경으로 6개월가량 뒤로 미뤄졌다.
드레이퍼는 “내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비트코인처럼 품질이 좋고 분산된 가상화폐는 일부 약세 코인에 비해 더욱 약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드레이퍼가 비트코인 강세를 예상한 배경은 투자 대상 폭의 확대다. 그동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여성 투자자들이 내년 가상자산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여성의 현재 비트코인 보유 비중은 7개 중 1개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 이들이 시장에 유입되면 비트코인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란 계산이다.
다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1만7000달러대에 불과해 드레이퍼의 예상이 맞으려면 지금보다 1400%나 가격이 올라야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 규제 도입 리스크 축소...재도약, 신뢰 회복 관건
국내에서도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리서치센터는 최근 발간한 2023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리포트를 통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때 3조 달러에 육박하던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최근 8000억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가상자산 업계의 투자, 연구 개발, 채용 등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는 2021년 강세장에서 가상자산의 가치를 이해한 계층이 늘어나면서 업계의 펀더멘털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그간 지속됐던 미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을 찾음으로써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현재 8천억 달러 대비 1조에서 최대 1조5000억 달러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디파이·전통 금융기관의 시너지가 발휘될 가능성, FTX 이슈로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DEX(탈중앙화거래소)의 사용자 수와 거래량 확대와 대규모 투자에 따른 디파이 시장 더욱 성숙 등을 예상했다.
다만 올해 벌어졌던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의 각종 내부 통제 실패 이슈로 인해 내년에는 증권성 판단, 투자자 보호 등 가상자산 관련 규제들이 구체화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주목했다.
다만 보고서는 “가상자산 시장 상황이 개선되려면 기대감에 따른 상승보다는 신뢰 회복과 실질적인 가치 창출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어 “가상자산 규제 도입 확대 등으로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전통 금융기관들이 각자의 기존 서비스에 가상자산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