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ASML 등 세계 4대 반도체 장비社 맞은 경기도, 김동연의 '반도체 리더십' 본격화
AMAT·ASML·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 경기도에 국내 투자 거점 마련
경기도 관계자, "해외기업이 필요한 반도체 인력의 67%가 경기도에 존재"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경기도에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연이어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ASML, 램리서치 등 세계 1~4위 반도체 장비업체 모두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반도체 클러스터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제조 센터 등의 착공을 시작했다. 내년 경기침체가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반도체 산업만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유치를 결정하며 활기를 띤 모습이다.
■ 김동연 지사, "경기도는 국제적 반도체 산업의 허브"...경기도 관계자, "ASML 수리센터가 재제조 센테로 확대되는 것"
올해 세계적인 경제 대가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단어는 ‘탈세계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됐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며 본격적인 기술 통제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반도체다. AI, 자율주행 등 미래 IT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기술력에 따라 혁신을 이끌 선두주자가 누구일지 결정되는 것이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산업혁신팀장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과 중국,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실물 경제 및 산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불안을 해소하고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 민선 8기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제행보는 이 같은 민간투자유치에 집중돼 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취임한 이래 직접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시키기 위해 잇따른 면담을 가지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는 지난 10월 폴 베르하겐 ASMI 재무총괄이사와의 투자유치 면담에서 “경기도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반도체 산업의 허브”라며 “각종 규제나 인프라, 인력 확보에서도 야심 찬 계획이 있다. ASMI가 투자 의사 결정 시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좋은 투자파트너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최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지사의 취임 이후 경기도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투자유치를 연이어 성사시키고 있다. 물론 투자유치 성공에는 삼성전자 등과 같은 반도체 기업과 중앙정부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투자지역과의 협력이 최종관문이라는 점에서 경기도의 기여도도 높게 평가된다.
지난 16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은 2024년까지 경기 화성에 1만6000㎡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2400억원을 투자해 부품 재제조 시설(재생센터)을 포함한 극자외선(EUV) 장비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을 준공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ASML의 투자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ASML은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설계된 회로 패턴을 그리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생산해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ASML이 공급하는 EUV가 없으면 차세대 파운드리와 디램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하다. 한 대에 수천억을 호가하지만, 인텔과 TSMC, 마이크론 등 차세대 반도체 기업들이 ASML의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EUV가 고장나면 네덜란드에 있는 ASML 본사로 보낸다. 워낙 첨단 기술이 들어가다 보니 한번 맡기면 수리가 완료되기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라며 “그런 문제로 2019년부터 한국에 부품수리센터를 지어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진행했었는데 그 백업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번 투자에서 아예 재제조 센터로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 AMAT가 지난 7월 경기 지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기로 했으며, 지난 4월에는 미국 램리서치가 경기도 용인 지곡산업단지에서 최첨단 R&D 시설인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를 개관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도 1000억원을 투입해 화성 R&D 시설을 대규모로 증축한다. 내년 10월까지 지상 6층, 연면적 1만평 규모의 첨단 R&D 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이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미 충분한 집적화가 이루어진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해외 어느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64%, 관련 종사자 인력 67%가 있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를 유치할 때 제일 큰 문제가 인력을 못 구하는 것인데 경기도에는 이미 여러 대기업과 우수 인력이 있어 투자 환경이 좋다”라며 “경기도는 다른 지자체보다 공격적으로 규제를 완화시키고 있고, 투자유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 줄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 반도체 및 바이오 등 혁신 산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미래성장산업국' 신설
따라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허브로 만들기 위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향후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김 지사는 민선 8기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반도체, 바이오 등 혁신산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미래성장산업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세제 지원, 인력 지원 등 경기도 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기능들이 분산돼 주관 부서가 모호한 현 구조를 하나의 전담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래성장산업국은 향후 첨단산업 육성과 기업 혁신성장 지원을 전담하게 된다. 기존에 추진하던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 지원 업무를 과 단위로 새롭게 신설함으로써 경기도 내 핵심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과학기술과, 미래산업과 등을 폐지하고 디지털혁신과, 반도체산업과, 첨단모빌리티산업과, 바이오산업과 등을 소관부서로 신설한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평소 김동연 지사가 말하는 부분이 경기침체 위기에서 민생경제가 우려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라며 “미래성장산업국은 결국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해당 국의 신설 배경에는 도지사의 이런 의중이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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