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베이비스텝, 변수는 ‘환율’과 ‘최종금리’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가는 24일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25bp 인상)을 단행한 이후 나타날 환율 흐름과 최종금리 등의 변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대비 0.25%포인트 인상한 연 3.25%로 확정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6회 연속 올랐다.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12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연 3.00%로 결정한 뒤 10년여 만에 3.25%까지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이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지난달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다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실시해 속도조절 신호를 보냈고, 1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 급등세도 이달 들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원화 약세 진정에 대한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해 발표한 ‘2022년 12월 채권시장 지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0%가 25bp 인상을 예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50bp 인상을 전망한 참여자는 29%에 그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속도조절로 한은의 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었으며, 1달러당 1400원을 웃돌던 원화도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오는 등 환율도 상당 부분 안정됐다”며 “지난달 금통위가 빅스텝을 결정한 이유가 원화 약세 대응이었다는 점에서 한은의 추가 50bp 인상 명분은 작아졌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베이비스텝이 예견된 결과지만, 이에 따른 환율 흐름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미 양국 간 기준금리의 차이가 75bp까지 벌어져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단기 및 신용시장의 위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원화 약세 완화에 따른 수입 물가 압력 경감 기대감 등이 25bp 인상의 근거”라며 “다만 현재 한미 정책 금리차는 75bp가 되는데, 이 같은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화 약세를 재차 유발하는가에 대한 관점이 문제될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인상을 통해 원화 약세를 억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통화정책으로 원화 약세를 억제하기보다는, 원화 약세가 인플레이션 충격을 배가시키는 만큼 사후적으로 원화 약세 충격이 생기면 비교적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 곡선을 좌측으로 이동시키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의 결과와 관계없이 국내 최종금리는 3.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 예상치는 3.25~3.75%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예상 범위의 최상단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미 시장 예상치 최하단인 3.25%에 도달했는데, 내년 예정된 금통위에서 몇 차례의 추가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5bp 인상의 이유는 주요국 대비 높은 가계부채와 채권시장 투자심리 위축 등”이라며 “인상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금통위는 금리 상승의 재료며, 최종금리는 3.75%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준의 긴축이 장기화될 경우 한미 금리차도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만큼, 최종 기준금리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