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메리츠증권(008560)이 올해 1조 클럽 입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깜짝 완전 자회사 편입까지 더해 시장 안팎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 클럽(연간 영업익 1조원) 문턱에서 탈락한 메리츠증권의 올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나홀로 질주’다.
증권사들은 전반적으로 올 들어 증시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실적과 주가가 바닥권에 진입한 상태에서,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부터 내내 나홀로 질주하며 성장세를 이어온 이유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1위 증권사로 순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나홀로 질주하다가 진짜 홀로 1조 클럽에 골인할 태세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8234억원으로 전년 동기(7647억원) 대비 7.7% 증가했다.
지난해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올 3분기까지 75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년 연속 1조 달성하려면 4분기에 25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여기에다 지난 21일 주식시장 마감 뒤, 메리츠금융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가 증권과 화재 모두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체제로의 변경 추진을 발표했다. 현재 금융지주가 보유한 메리츠증권 지분은 53.4%, 화재 지분은 59.5%다.
한마디로 모든 계열사가 완전 자회사로 운용되며, 완전 자회사 편입이 완료되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000060)는 내년 초 상장 폐지 수순을 밟는다. 비상장이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메리츠증권 주주들은 보통주 1주당 금융지주 0.16주를, 메리츠화재 주주는 보통주 1주당 금융지주 1.266주를 받게 된다.
기준 가격은 금융지주 2만7132원, 증권 4361원, 화재 3만4342원이다. 주주확정 기준일은 메리츠증권이 내년 2월3일, 메리츠화재가 다음 달 6일 예정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과거에도 조 회장이 기업승계를 안하겠다고 천명했고 포괄적 주식교환 후 조 회장의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져 경영권이 현저히 약해지지만, 대주주의 지분을 승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KB증권은 메리츠증권과 화재의 소액주주 지분이 모두 교환된다고 가정하면 금융지주의 신주 발행 주식수는 8330만2037주(증권 주식 교환 3663만주, 화재 주식 교환 4667만주)로, 증자 규모는 2조2602억원으로 추정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주와 증권, 화재의 완전 자회사 편입으로 경기침체 및 유동성 우려 등 불안정한 시장 환경에서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주주의 지지를 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노린다는 포석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8조원으로 봤다. 그렇게 되면 현재 주가보다 두 배 가까이 뛴다는 셈이다.
먼저 주가 상승 요인으로는 배당 확대다. 메리츠금융은 내년 통합 후 배당,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해 최소 3년 이상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이는 최근 3년간 주주환원율을 평균냈을 때 메리츠금융과 증권, 화재의 주주환원율은 각각 27%와 40%, 39%로 기존 환원율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앞서 메리츠그룹은 이른바 '배당컷' 우려로 주가가 하락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메리츠 3사는 향후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의 배당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내놓자 급락(13%대)했다.
메리츠증권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38%였는데, 이번 결정에 따라 순이익 기준 50%로 상향된 통 큰 배당정책이 나오자 시장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일단 여기에 발맞춰 시장은 호재로 여겼다. 공시 다음 날인 23일 개장과 함께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그리고 메리츠증권 3사가 상한가로 달렸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 의지 표명이 투자자들에 긍정적으로 비쳤던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매수가 유효한 수준까지 하락한 현상이 겹친 요인도 포함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주의 구체적 주주환원 기대감과 낮은 거래량에 단기간 주식 확보 문제로 상한가였다"며 "수급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카카오뱅크(323410)나 카카오페이(377300)처럼 어느 순간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메리츠금융그룹의 자회사 합병에 증권가에서는 합병으로 인한 사업 시너지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카카오(035720) 등 대기업들이 핵심 계열사의 물적분할을 통해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와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삼성증권(016360)은 메리츠증권 목표주가를 기존 4900원에서 5900원으로 각각 상향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에서 핵심사업부 분할에 따른 모회사 기업가치 하락,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따른 더블카운팅(기업가치 중복 계산) 등 자회사 분할 상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신한투자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서도 목표주가 기존 2만9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제시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8조원을 향한 주가 랠리가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 신주 발행에 따른 점진적인 주가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단기 주가 상단은 신주 발행분을 제외한 주당 순자산가치(NAV) 6만30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고금리 여건과 비우호적 유동성 환경을 고려하면, 지주 편입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에서 높은 주주환원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