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 창업주 35주기] ‘전자산업 불모지'에서 ‘반도체 최강국’으로…호암이 쓴 반도체 신화 빛난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1.19 05:00 ㅣ 수정 : 2022.11.19 05:00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 18일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열려
호암의 '뚝심경영'으로 한국 경제 핵심 축 '반도체' 사업 본궤도
삼성, 반도체 사업 진출한 지 40년만에 세계 1위로 '우뚝'
호암 '인재제일 정신', 삼성 초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정신적 초석'
이재용 회장, '호암의 경영정신' 계승 발전시켜 한국경제 발전 앞장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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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사진 = 삼성]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는 삼성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꿈이다. 내 이름 석 자는 잊혀도 내 꿈만은 기억될 수 있었으면…”

 

경기도 기흥 3라인 착공식에 참석한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이 1987년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지속할 것을 당부하며 한 말이다.

 

반도체는 삼성을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으로 이끈 주력 사업이다. 호암은 전자산업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주역이다. 

 

‘삼성의 아버지’ 호암이 세상을 떠난 지 35년을 맞아 밀가루, 청과 등 간단한 작물을 팔던 '삼성상회'가 ‘반도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기틀을 마련한 그의 일생이 재조명되고 있다.   

 

■ 삼성 ‘글로벌 초일류 기업’ 초석 다진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한·일 병합 조약’을 체결했던 1910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난 호암은 1938년 3월 1일 삼성 전신인 ‘삼성상회’를 세웠다. 삼성은 ‘크고, 강하고, 영원하라’는 뜻의 소원을 담았다.

 

호암은 자본과 기술이 사실상 전무한데다가 전력 공급도 턱없이 부족했던 한국경제 발전의 열쇠로 ‘무역업’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그는 1948년 삼성물산공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호암은 또 한국이 자원이 부족해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제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고 1953년 제일제당을 설립했다. 제일제당이 등장하면서 당시 100%였던 설탕 수입의존도가 3년 후인 1956년 국내 생산 비중을 93%까지 늘어났다. 

 

호암은 또 1954년 제일모직, 1969년 삼성전자, 1974년 삼성중공업 등 주요기업을 설립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특히 삼성 성장의 결정적 역할을 한 반도체 산업도 호암의 뚝심경영이 작용했다. 

 

호암은 1968년 언론을 통해 전자산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전자산업 불모지였기 때문에 안팎으로 반대 여론이 강했고 반도체 시장 환경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암은 ‘무자원 반도인 우리 자연적 조건에 맞으면서 해외에서도 필요한 제품을 찾아야 한다’ ,‘이것(반도체)이 곧 고부가가치, 고기술 상품, 즉 첨단 기술 상품이다’, ‘반도체·컴퓨터 등 첨단 산업 분야는 세계 시장이 무한히 넓다’, ‘반도체·컴퓨터 산업은 시장성이 클 뿐 아니라 다른 산업 파급효과가 지대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반도체 산업 키우기에 주력했다.

 

결국 아들인 이건희 선대회장 시대에 들어 삼성은 미국, 일본 등 반도체 선두주자들을 뛰어넘어 반도체 사업 진출 40년 만에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결국 삼성의 반도체는 호암이 다지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꽃을 피웠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고 발전시킬 인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호암은 일찍부터 ‘기업은 사람’이라는 말을 강조해 왔다.

 

호암은 ‘인간을 존중하고 개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이로 하여금 개인과 사회 발전에 원동력이 되게 한다’는 인재제일(人材第一) 정신을 중요한 경영이념 중 하나로 삼았다. 그 이념을 토대로 삼성은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957년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암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과거 전통적 산업을 굉장히 잘 키워왔으며 신(新)산업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전자와 반도체에 집중 투자를 한 선각자 중 한 분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들인 이건희 선대회장과 함께 삼성 명운을 걸고 반도체에 투자한 것은 매우 중요한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잘 관리된 시스템을 통해 한국 기업의 관리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호암은 능력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 사람을 핵심으로 단결·단합해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 내는 구조를 중요하게 여겼다”며 “‘좋은 사람이 들어와야 기업이 잘 된다’라고 강조하고 그런 인재를 뽑기 위해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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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 참석한 이재현 회장 [사진 = 연합뉴스]

 

■ 호암의 35주기…이재용 회장 별다른 메시지 없어

 

삼성은 호암의 35주기 추도식을 18일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진행했다. 호암 기일은 오는 19일이지만 주말인 점을 고려해 추도식을 하루 앞당겨 이날 진행하기로 했다. 

 

35주기 추도식에는 호암 손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더불어 홍라희 전(前)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참석했다.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CJ, 한솔 등 범(凡)삼성 계열 그룹도 시간 차를 두고 용인 선영을 찾을 것으로 예고됐다. 

 

올해 추모식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아들 이선호 CJ 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딸 이경후 CJ ENM 부사장 등과 함께 오전 일찍 용인 선영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2012년 형제인 이맹희 CJ 전 회장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상속 분쟁을 벌이며 범삼성 계열 그룹 일가는 따로 선영을 찾아 별도 추도식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3세 경영시대에 접어들면서  양측 선대 회장 때 쌓인 갈등이 상당 부분 해소돼 ‘화해무드’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이재용 회장 승진 후 처음 맞는 추도식인 만큼 이 회장이 별도 메시지를 낼지 주목됐지만 삼성전자는 별도 메시지 발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재용 회장은 줄곧 호암의 경영정신을 되새기고 거듭 강조해 왔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추도식 때 참배 후 선영 인근에서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하며 “기업은 늘 국민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고 사회에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이건희) 회장님의 뜻과 (이병철)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창업이념을 계승·발전시키자”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또 올해 8월 특별사면 후 복권돼 첫 현장경영으로 택한 경기 기흥 반도체사업장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서도 임직원들에게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 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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