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1.18 09:22 ㅣ 수정 : 2022.11.18 09:22
지난달 은행 저원가성예금 44조원 급감 금리 상승에 정기예금에는 56조원 몰려 예금으로 자금 조달하는 은행 부담 증가 정부의 은행채 발행 자제 당부도 악재로 실적파티 끝나나···“내년 NIM 성장 둔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시장에서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하던 순이자마진(NIM) 상승세가 내년 초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저원가성예금 이탈 속 정기예금 금리 상승에 은행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은 지난달에만 44조2000억원이 감소했다. 역대 월간 감소폭으로 보면 지난 7월(53조3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감소세도 4개월 연속 이어졌다.
저원가성예금은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을 포함하며 말 그대로 ‘원가가 낮은 예금’이다. 금리가 연 0.1% 내외 수준이라 사실상 이자가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을 받아놔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른바 ‘공짜 예금’이다.
반면 지난달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전달 대비 56조2000억원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 총 수신에서 정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저원가성예금(40%)을 앞질렀다.
은행에서 저원가성예금이 이탈하고, 정기예금이 늘어나고 있는 건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다. 작년 12월 연 1.00%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연 3.50%까지 오르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4~5%대, 저축은행은 연 6%대를 기록 중이다. 은행들의 금리 경쟁에 고객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증시가 부진한 점도 은행에 돈이 몰리는 역(逆) 머니무브를 가속하는 요인이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예금에 이자를 내주고, 이 자금을 대출에 쓰면서 이익을 낸다. 하지만 저원가성예금이 줄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이 늘어나면 은행의 조달 비용도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당장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만큼 저원가성예금 이탈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수신금리에 반영하면 정기예금 규모는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
레고랜드발(發) 금융시장 악화로 정부가 은행채 발행 자제를 당부한 점도 악재다. 은행이 가계·기업에 대출을 내주기 위해선 예금이나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은행채 발행 규모가 줄면 예금으로 이를 메꿔야 하고, 결국 이자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런 상황을 비춰봤을 때 내년부터 은행의 NIM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NIM은 금융사의 자산단위당 이익률로 핵심 수익성 지표다. 대출금리 상승 둔화나 저원가성예금 이탈 흐름이 내년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조달 환경 악화로 이제는 대출 성장을 위해서는 NIM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대출 성장률 4%를 예상하지만, 그럼에도 조달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NIM은 1.59%로 전년동기 대비 0.15%포인트(p) 상승했다. 그간 대출 성장률과 금리 상승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이어졌지만, 내년 초부터는 점진적 NIM이 점진적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 역시 은행 입장에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가계와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될 경우 대손충당금 확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충당금은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은행 실적에 영향을 준다.
은행권에선 지금의 자금 조달 환경 흐름이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와 정부의 금융시장 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한국은행도 따라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장금리도 계속 오를 텐데 언제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며 “정기예금 선호도 역시 계속 높아져 자금 조달 방식에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융시장을 얼마나 빨리 안정화하느냐도 은행 입장에선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