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루나사태 막아라’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 강화
FIU, 국내 유통 자기발행 코인 전수조사 돌입
정부, 가상자산 정책 진흥에서 규제로 방향 전환
여야, 가상자산 입법 논의 속도..연내 통과 가능성↑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FTX 파산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신고 수리를 마친 40여 개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내 유통 자기발행 코인 관련 리스크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U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자기발행 코인의 현황과 거래소별 리스크 관리 대책에 대해 점검한다.
이번 FIU의 검사 조치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자기발행토큰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파산신청에 이르자 이와 관련된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주의 한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30개가 넘는 계열사가 포함된 FTX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최대 500억 달러(약 66조원)에 달한다. 이는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FTX는 최근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재정 부실설로 코인 인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파산 신청에 이르게 됐다. 알라메다리서치의 전체 자산 규모 146억달러 중 36억6000만달러가 FTX 자체발행 코인인 FTT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FTT토큰 가격이 하락할 시에 알라메다리서치는 물론 FTX도 함께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FTX 파산 신청으로 국내외 투자자 피해는 물론 시장 침체를 가속화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FTX의 파산이 최종 결정되면 거래소 자금은 모두 압류된다. 이에 FTX에서 직접 거래를 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에 이어 FTX 파산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율 체계를 빠르게 정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당초 업법권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산업 진흥과 규제를 균형감 있게 담기로 했지만 이용자보호 등 규율 체계 확립에 보다 힘을 싣기로 했다.
김용태 금융감독원 디지털혁신국 국장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 FISCON 2022에서 “윤석열 정부 110대 과제에 포함된 가상자산 정책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입장이 바뀌었다”며 “불공정 거래, 미공시 정보 이용 등에 포커스에 맞추고 이용자 보호를 탄탄히 한 다음에 기본법을 제정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재정비됐다”고 말했다.
FTX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빠르게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가 연 제4차 민·당·정 간담회에서 “FTX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가상자산 업자에 대한 이용자 자산 보호 의무와 자기발행 코인에 대한 불공정 거래 규제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도 정비 시급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같은날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올해 테라-루나 사태, 셀시우스 파산, FTX 사태까지 가상자산의 실패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용자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며 “조속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 관련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말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 이용자의 예치금 신탁과 디지털자산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가입·준비금 적립 의무화 등 이용자 자산 보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행위, 시세 조종이나 자기 발행 디지털자산 거래 행위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과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조항도 담았다.
야당에선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지난 1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백 위원장안에는 가상자산업자의 이용자 가상자산 분리 보관,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 등 이용자 보호 조치가 담겼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를 명확히 하고,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국회는 해당 입법을 위해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다음주 중 가상자산 업권법을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 본격적 논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이용자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야가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법안의 내용이나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아 법안 통과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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