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지원 감소에 엔저 발목 잡힌 기업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경제신문이 지난 달 25일에 발표한 채용상황 조사결과를 보면 941개 주요 기업들의 올해 대졸 합격자 수는 작년과 비교하여 5.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수가 증가한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벗어나면서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채용계획 대비 신입사원 충원률은 과거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여 기업 간의 인재확보 경쟁은 더욱 심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인 주요 기업 대졸 합격자 수는 총 11만 6079명으로 전년 대비 상승률만 비교하면 10년 내에서는 2014년의 7.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인력수요가 반동하며 크게 증가한 것과 더불어 이직 등을 이유로 조기에 퇴사하는 젊은 직원들이 늘어난 것 역시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비제조업이 전년 대비 4% 합격인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호텔과 여행업계는 무려 600% 순증하며 단숨에 인력을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였고 그 외에도 23개 업종 중 18개 업종이 작년보다 채용인원을 늘렸다.
한 예로 늘어나는 국내외 항공수요에 대응하고자 객실승무원 이외에 대졸 신입 종합직을 3년 만에 다시 채용하기 시작한 전일본공수(ANA)는 총 66명의 신입사원이 내년 봄에 입사할 예정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입사지원 자체가 불가능했던 직장인들을 배려하여 졸업 후 3년 이내라면 모두 신입사원으로 지원이 가능하도록 올해만 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한편 제조업은 올해 채용인원을 9.6% 늘리면서 2년 연속 고용회복세를 이어갔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및 부품(11% 증가)과 화학(12.8% 증가)을 포함하여 19개 업종 중 10개 업종이 두 자릿수 고용증가세를 보이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최근에는 한국 대학생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닛산자동차가 작년보다 21.5% 늘어난 356명을 새로 채용할 예정이고 꾸준히 증가하는 오토바이 수요로 손이 바빠진 야마하 발동기 역시 65.6% 증가한 212명을 채용한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업종을 불문하는 기업들의 디지털화로 인해 올해 역시 이공계 졸업예정자들의 주요 기업 합격자 수는 작년보다 8.8% 늘어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디지털 서비스나 클라우드 관련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 역시 누구보다 적극적인 채용의지를 보이고 있어 일본 IBM그룹이 작년보다 1.5배 많은 830명을 신규로 채용할 계획이고 리코(リコー) 역시 51.9% 늘어난 117명을 채용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살아나는 채용의욕에도 불구하고 대졸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어 인력수급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진 것이 현재 일본 취업시장이다. 실제로 일본경제신문의 조사에서 기업들의 당초 채용계획 대비 합격자 수는 평균 90.2%로 과거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봄에만 무려 2200명의 신입사원을 입사시킬 예정인 대형 유통체인 이온그룹은 올해 신규 인력 충원률이 88%에 그치자 부족분을 서둘러 경력직 채용으로 돌려 인력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작년보다 40% 늘어난 196명을 채용하려는 일본의 대표 화학기업 스미토모화학(住友化学) 역시 기업의 높은 인지도가 무색하게 신입사원 충원률은 90%에 못 미치는 86.7%를 기록했다.
올해 충원하지 못한 인력은 결국 내년 취업시장에서 더 채용해야 할 수밖에 없어 내년 신규 채용인원을 더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15.9%로 줄이겠다는 1.2%를 크게 상회했다.
여기에 기록적인 엔저로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재들마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취업시장에 임하는 기업들의 긴장감과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할 것이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