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상승하기 시작한 국내 증시, 하지만 위험은 남아 있어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11.10 00:30 ㅣ 수정 : 2022.11.10 00:30

[기사요약]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반등하기 시작한 국내 증시
가격 매력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 기대, 그리고 탈중국 자금의 유입 등은 긍정요인
다만, 국내 자금 시장 경색과 높아진 금리가 몰고 올 경기 침체 우려 여전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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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zeebiz]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11월 초 미국 연준의 0.75%포인트 금리 인상과 파월 의장의 강경한 발언, 그리고 11월 24일에 있을 한국은행의 빅스텝, 즉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10월 이후 상승세를 한 달여 이어가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가 같은 기간 5% 상승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소폭 하락한 데 반해, 코스피 상승률은 9%에 달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과 이에 따른 연쇄적 반응으로 신흥국 증시가 어려움을 겪었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우리 증시 순매수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29일 이후 11월 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약 5.2조원을 순매수했고, 지난 7월초부터는 9조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2020년과 2021년 말에 나타났던 외국인 순매수 규모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집중된 70조원 가량의 외국인 순매도를 감안할 때 아직 큰 규모라 보긴 어렵지만, 이유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질 법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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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 [자료=KRX, SK증권]

 


• 외국인에게는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국내 증시, 중국으로부터 이탈한 자금 유입 가능성도

 

그렇다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내 증시의 상승, 그리고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무엇보다 미국의 강력한 긴축으로 이미 우리 증시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하락 과정에서 달러의 강세가 역사적으로 볼 때 상당히 강력하게 진행됐는데, 이는 달러 자금으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우리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는 지난해 7월 고점 대비 저점까지 33% 하락했고,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27% 절하됐는데, 이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들 입장에서 우리 증시가 고점 대비 60%나 떨어진 상황임을 의미한다.

 

최근 회복으로 이 수치가 약 50% 정도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크게 싸진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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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lobalgrind]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한 가지 이유가 더해지고 있다.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주식 자금 중 일부가 중국을 탈출해 다른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만 파악되고 있지만, 미국의 연금 중 한 곳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집권을 전후해 신흥국 주식 포트폴리오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증시의 비중을 줄이고 현재 11%, 13% 수준인 한국과 인도 증시의 비중을 각각 14%, 16%대로 높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위험이 오히려 국내 증시에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외국인 순매수라는 수급적 이유 외에도 미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FOMC라는 큰 이벤트가 이미 마무리된 데다, 중간선거 이후 증시가 의미 있는 상승을 보였던 과거 경험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약 80%의 확률로 주가가 올랐고, 특히 민주당 대통령 하에서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석을 차지할 때 상승률이 높았다는 통계는 증시에 확률적으로 접근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투자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만약 중간선거 이후 미국 증시가 오른다면 글로벌 증시 역시 이를 호재로 인식해 동반해서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 역시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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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arketwatch]

 


• 그러나 국내 자금 시장 경색 여전하고, 고금리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주의 필요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이유는 이 같은 호재만으로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국내 자금 시장이 여전히 경색 국면에 놓여 있다.

 

정부가 나서서 직간접적인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의 위축과 관련 PF 금융 상품으로 촉발된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 문제는 여전하고, 저신용등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마저 수요를 찾지 못해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시장에서 부동산 P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 기업어음의 소화를 기대할 순 없다.

 

게다가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국내 부동산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어, 유동성 문제와 금융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건전성 비율 문제, 나아가 대규모 손실 위험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리 인상 속도가 줄더라도, 이미 높아진 금리가 몰고 올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2008년 금융위기 후 10여년간 대부분 국가의 기준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을 지속했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가계와 기업, 그리고 정부는 대규모 부채를 일으켰다. 즉, 고금리와 유동성 부족에 취약해진 상황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나 일본의 정부 부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텐데, 금리가 크게 오르면 이 같은 부채 문제에서 위기가 발생하거나, 설사 그러한 상황까진 가지 않더라도 강한 경기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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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금리 인상은 0.5~1.5년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자료=FRB, Conference Board, SK증권]

 

증시는 항상 여러 호재와 악재를 먼저 반영하고,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거나 높아졌을 때는 각각 호재와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기 때문에 지금의 외국인 순매수와 증시 반등을 무시할 이유는 없다.

 

지적했던 몇 가지 악재들에 대해서도 이미 시장은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래서 추가적인 반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자금 시장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고, 금리는 이미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준이다. 증시는 여전히 추세 상승보다는 단기 반등 상황, 그래서 박스권 아래 놓여 있다고 판단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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