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OMC, 시장 기대 무색하게 드러난 ‘매파’…최종 금리 5% 돌파 전망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숨 고르기를 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속도조절론’에 대한 기대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5%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4일 시카고거래소(CME) 그룹이 운영하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12월 연준이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75bp 올릴 가능성은 50.4%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42.2%) 대비 8.2%포인트 오른 것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페드워치의 그래프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0%’라고 내다봤으나, 이후 물가 인상세와 견조한 고용시장, 최근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까지 더해지며 확률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지난 2일(현지시간) FOMC를 통해 6·7·9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4회 연속 75bp 인상시켰다. 이날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만큼, 시장에서는 회의 이후 파월 의장의 발언에 집중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메시지를 두고 ‘천천히, 하지만 높고 길게 이어지는 긴축’ 정도로 해석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오랜 기간 고금리를 견뎌야한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는 갈 길이 제법 멀다”며 “지난 9월 FOMC 이후 노동시장 통계 등은 최종 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FOMC가 지난 9월 발표한 점도표상 최종 금리 중간값은 연 4.6%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인 5%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취지다.
조기 긴축 완화 등 ‘피봇(정책전환)’ 기대에 대해서도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가 5%를 초과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2월 예정된 FOMC를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0%까지 인상될 확률은 24.3%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16.6%)보다 7.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또 한 달 전(0.0%)이나 일주일 전(2.8%)보다도 급등한 것이다.
씨티그룹도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연 5.25~5.50%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주식시장이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연준의 피봇도 가시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시장의 약화 신호 전에는 연준이 물러날 것이라는 일부 기대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는 노동시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연준은 금융시장에 균열이 보이기 전에는 피봇에 나서지 않겠으나, 붕괴하기 전에는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시장 조정은 후반부로 진입했고 장기자금 유입도 시작되겠으나, 지금처럼 증시가 치고 받는 답답한 흐름을 끝마치기 위해서는 연준의 피봇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소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이례적인 수준의 금리인상을 이어갈 수는 없는 만큼, 속도조절과 관련한 내용을 시장에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며 “다만 시장이 이미 속도조절을 넘어 피봇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 역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기 위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결국 최종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파월의 발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며 “속도는 느리지만 금리 인상이 더 높고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파월의 발언은 속도조절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시장이 속도조절보다는 금리 인상이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