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메타버스 신(新)공법으로 혁신의 물꼬를 트다! (중)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최근 건설산업에서도 가상·증강현실(VR·AR)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실험단계를 넘어 실용화에 이르고 있다.
2020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가상·증강현실기술은 1990년대 이후 설계, 시공 및 도시 운영의 시각화 지원을 위해 사용돼왔으며, 현재 건설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 연구에서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설계 지원, 설계 검토, 시공, 운영 및 유지보수, 교육 훈련 등 6개 분야에 대해 가상·증강현실기술의 활용수준, 장점, 도전과제 등을 정리해 발표했다.
• 건설업의 가상현실 활용도, 증강현실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선, 영국 건설업계에서는 가상현실기술이 증강현실기술에 비해 모든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상현실기술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설계 지원, 설계 검토 과정에서 활발히 활용되며, 설계 내용을 시각화함으로써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등 장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공 지원, 운영 및 유지보수, 교육 훈련 분야에서는 가상·증강현실기술이 활용 초기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투자비용, 하드웨어의 안전성, 배터리 수명, 정보 업데이트의 정확성 및 속도 등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도 적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편(2022.10.20.)에서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설계 지원 및 검토, 시공 지원 등의 분야에서 가상·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한 건설업계의 혁신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건축·시설물의 운영·유지 관리와 교육 훈련 분야에서의 혁신 현황을 알아보자.
• 가상·증강현실기술은 건물, 인프라, 시설물의 운영·유지보수에 효과
건설산업에서 가상·증강현실기술은 건물, 인프라, 시설물의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를 혁신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한 예로, 1871년에 창업한 공공인프라 건설 전문업체인 일본의 코노이케구미(鴻池組)의 터널 유지보수 업무를 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고도성장기에 만든 대부분의 공공인프라가 노후화돼 유지보수업무가 쉽지 않다.
이 회사는 노후화된 터널을 정기 점검할 때마다 균열이 일어난 부분을 터널 벽에 표시해 놓았지만, 배기가스 오염 등으로 그 균열이 얼마나 더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한, 터널 유지보수 시 차량 통제시간을 단축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고소작업차량을 이용해 점검 부분을 확인하고 기록해야 했기 때문에 작업시간 단축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코노이케구미는 증강현실 기반의 터널 점검 시스템(터널 MR)을 구축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코노이케구미가 개발한 이 솔루션은 웨어러블 단말을 통해 3차원의 지질전개도 등 터널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데이터를 홀로그램 형태로 터널 내에 투사해 보여준다.
작업자는 이 정보를 기반으로 콘크리트의 균열 정도, 설계 및 시공과의 인과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유지보수작업을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또 현재의 균열 상황을 촬영해 과거와 비교함으로써 균열의 확산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전자화된 도면을 사용하고 과거 점검기록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돼, 과거와 비교해 경과 변화를 쉽게 파악하고 점검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또 점검 오류나 누락을 방지할 수 있게 돼, 터널 내 차량 통제시간과 교통 체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 위험작업자의 안전교육 훈련에도 우수한 성능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노동현장에서 매년 3억4천만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하고, 2억3천만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업계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작업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을 꾸준히 찾아왔다.
최근 가상·증강현실기술이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는 수단으로 건설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벡텔(Bechtel)은 작업자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가상·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크레인 운전자를 위한 VR 훈련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솔루션은 실제와 같은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구성해 교육생들이 크레인을 익숙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육생들은 날씨나 시간에 무관하게 무한 반복 훈련할 수 있고 훈련 시 안전사고 걱정도 없다.
벡텔은 이 시스템의 운영으로 크레인 운전자의 선발 과정을 개선함과 동시에 교육생의 상해나 장비 손상 없이 훈련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의 중견건설업체 다이산(Daisan)은 추락사고, 감전, 위험물 낙하사고 등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VR 훈련시스템을 개발해 작업자들을 교육시킨다. 이 솔루션은 VR 기술을 활용해 공사현장의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사고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현장 근무자들을 인터뷰해 실무경험에 기반한 안전사고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이를 콘텐츠 제작에 반영했다. 또한, 안전장비를 착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안전장비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젊은 사원들이 흥미를 갖고 안전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많이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장 근로자들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당사의 VR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전시회 등에의 참여 요구가 잇달았고 회사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 2회에 걸쳐서 가상·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한 건설업계의 프로세스 혁신사례를 살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글로벌 건설업계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상용화된 가상·증강현실 솔루션에 대해 알아보겠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