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부동산시장, 증권사들은 벌써 한겨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으로 돌변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10년간 부동산PF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며 새로운 먹거리 차원에서 몸집을 크게 불렸는데 부동산 경기침체와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맞물리면서 시한폭탄마냥 불안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부동산 PF 대출만 10년새 9배이상 늘려 대출규모만 43조원에 달하고 있어 자칫 사업추진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경우 대출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음이 켜졌다. 자금시장 전반을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부동산PF 실태와 회사채 시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는 증권사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는 황금알로 인식됐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러시에 따라 세계적인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지면서 부동산PF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2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PF유동화증권 신용보강 금액은 올 3분기 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 7조4000억원에 비하면 반토막이 났고 직전분기 8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새 5조원 가량 쪼그라든 것이다.
PF유동화증권 신용보강은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채무보증을 선 규모를 뜻하는 것으로 이 금액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부동산PF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PF는 증권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었다. 수수료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증권사들은 2015년 이후 무료 수수료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존 사업방식에 한계를 느꼈고 때마침 불어온 부동산경기 호황을 타고 부동산PF 관련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증권사들은 신용도가 높지 않은 부동산 개발주체들을 상대로 부동산PF대출과 관련한 신용보강을 해주는 조건으로 채무보증 수수료와 금융자문 수수료 등을 받으며 그동안 증권사 수익을 많이 끌어올렸다.
부동산PF는 작년말까지만 해도 월 4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고삐 풀린 물가를 잡겠다고 연준이 지난 6, 7, 9월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을 단행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자 PF시장도 급속도로 냉각됐다.
실제 최근 3개월 월평균 부동산PF 규모는 1조1000억~1조4000억원 수준으로 작년말과 비교해 4분의 1로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PF 시장이 냉각하면서 증권사들의 위험노출이 커지고 있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국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위험노출액은 56조523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동산PF 관련 위험노출액은 PF 직접 대출이 3조1280억원, PF채무보증이 24조8620억원 등 27조99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몸집이 큰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위험도가 낮은 반면 몸집이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PF채무보증이 2조2810억원이지만 자기자본 대비로는 비중이 크지 않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비중이 50%를 넘어선 곳도 있다.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키움 등을 제외한 나머지 22개 증권사의 평균은 46%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사정이 그래도 나은 대형증권사들이 자금을 모아 중소형 증권사들을 도와주는 제2의 채안펀드 조성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제2의 채안펀드는 회사 규모별로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1500억원 정도를 갹출해 최대 1조원 정도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제2의 채안펀드는 성공할 경우 부동산PF 시장 냉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