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위해 학교 밖으로 나온 응급구조학과 교수들 “간호사 들어오면 119구급대 전문성 깨져, 우리 얘기도 들어줘라”
간호사 면허 취업문 넓어, 1급 응급구조사 ‘응급실’ 또는 ‘119구급대’
소방청 119구급법 일부 개정안 의견 청취, 응급구조 관련 단체 제외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대학의 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하 119구급법) 국회 통과 반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은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119구급대원 일자리 상당수를 간호사들에게 침습(侵襲)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할 경우 졸업생 상당수가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후 3차 의료기관 응급실과 119구급대로 취업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119 구급대원 선발 중 간호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응급구조학과 졸업생들의 주된 취업문이 좁아지게 된 것이다.
21일 이준호 대전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1급응급구조사는 4년간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한 사람”이라면서 “간호대학의 커리큘럼에 응급구조 관련 과목은 6점도 안될 것이다. 119구급대가 1급응급구조사를 선발하지 않고 간호사를 채용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119구급법 일부 개정안은 간호사도 소방청 교육을 통해 1급 응급구조사와 동일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총 3000여 명의 간호사 출신 119구급대원의 업무 영역이 1급 응급구조사만큼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소방청 입장에서는 119구급대 인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은 119구급법이 통과가 간호사가 구급대원이 될 수 있는 장벽을 무너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19구급대원이 1급 응급구조사의 전문 영역이라는 허들이 깨지고 간호사들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간호사가 119구급대원으로 취업할 경우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은 일반인도 특정 교육 기관을 통해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근 호남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대한응급구조협회장)은 “1급 응급구조사가 119구급대원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관련 업무 2년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간호사는 굳이 대학병원 경력이 필요 없다. 요양 시설 같은 유사 의료기관에서 근무해도 상관없는데 응급구조학과 졸업생들은 응급실에 취업하지 못할 경우 갈 곳이 사설 구급차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한편, 21일 소방청이 주제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설명회’에 응급구조사 관련 단체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표자들은 소방청의 초청으로 첨석했지만 응급구조 관련 단체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뿐 아니다. 소방청이 119구급법 개정안 제정을 위해 유관 기관 의견 청취 자리를 그동안 3번 마련했지만, 대한간호협회 대표자는 초대됐고 응급구조 관련 단체는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근 교수는 “소방청 내의 구급대의 영역을 응급구조사들이 만들어 놓고 확장시켜 놓았는데 이제는 이 영역을 간호사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게 119구급법 개정안의 의도로 보여진다”면서 “소방청이 응급구조학과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우리(응급구조학과 교수‧학생)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밀실 행정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자리가 침해당하는 과정에서 외면 받고 있는데도 유관기관과 협의했다는 식의 소방청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응급구조 단체 의견 청취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충분히 응급구조 관련 단체들의 이야기를 청취했고 오늘은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면서 “대한간호협회에 이야기만 청취한다는 주장은 오해이며 단 한 차례 간호사 업무 범위 조절 의견을 듣고자 회의했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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