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형 고용과 직무형 고용은 무엇이 다를까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의 주요 대기업들이 종신고용으로 대변되던 멤버십형(メンバーシップ型) 고용형태를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반대로 빠르게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직무형(ジョブ型) 고용에 대한 일본 직장인들의 관심과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두 가지 고용제도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기본적으로 직무형은 어떠한 업무에 결원이 발생하면 새로운 인력을 수시로 채용한다. 반대로 멤버십형은 채용 시에는 업무를 특정 짓지 않고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채용한 후 사측의 인사계획에 맞춰 개인의 전공이나 역량과는 상관없이 부서배치가 이루어진다.
이는 인재육성 과정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만들어낸다. 직무형은 특정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채용 전에 이미 갖춘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입사 후에도 본인이 희망한다면 동일한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하며 성장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멤버십형은 모든 신입사원을 미경험자로 취급하여 A부터 Z까지 새로 교육한다. 입사 후 처음 받는 교육이 사내 걸음걸이와 명함 건네는 방법이라는 것은 일본 직장인들에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일본 기업들 역시 신입사원의 출신대학만 따지고 전공이나 학점 등은 신경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신 회사는 강한 인사권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부서이동을 통해 직원 모두가 다양한 업무를 경험토록하면서 장기적인 능력향상을 도모한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업무와 근무지에 배속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따라 오르는 연봉과 종신고용이라는 반대급부로 인해 사측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일본 직장인들의 암묵적인 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일괄채용과 연공서열, 종신고용 등으로 대표되는 멤버십형은 196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일본을 대표하는 고용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1990년대의 버블경제 붕괴에서 이어진 장기적인 경기침체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성장과 개혁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멤버십형 고용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상은 대기업의 남성 정규직뿐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등으로 한 번 자리를 비우면 연공서열을 전제로 한 임금체계에 복귀하더라도 충분한 대우를 받기 힘들고 2000년대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상대적으로 대우가 열악하고 직무능력의 향상 기회도 부족하기만 하다.
여기에 인력부족으로 일본 밖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재들은 한 회사에 정년까지 소속되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차근차근 성장해야 하는 일본만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개인의 능력과 성과보다는 나이와 파벌로 승진하는 탓에 입사 후에도 어떻게 해야 승진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처럼 한 때는 일본만의 자랑이었지만 이제는 부정적인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는 멤버십형 고용에 대해서는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찬반논란이 뜨겁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직장인들은 멤버십형을 폐지하고 직무형을 도입하는데 찬성하는 의견이 많지만 3,40대는 오히려 반대의견이 더 많고 50대 이상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재 놓인 처지와 관련 깊은데 앞으로 사회생활과 승진기회가 많이 남은 20대 직장인들로서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며 사내에서 역전을 노리기 용이하지만 이미 10년 이상 멤버십형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경쟁에 내몰리는 3,40대 직장인들은 성과로 평가받는 직무형 고용이 반가울 수 없다.
어찌 보면 공무원과 유사한 인사제도를 기업들이 수십 년간 고수해온 셈인데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전통 아닌 전통을 탈피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30여년만의 급격한 엔저에 시달리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지라 직무형 고용으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일본 기업들 사이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