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0.24 05:00 ㅣ 수정 : 2022.10.24 05:00
EU, 내년 3월부터 8KTV·마이크로 LED TV에 대한 에너지 효율 기준 높여 8K TV, 전 세계 TV시장 차지하는 비중 0.15%에 불과 삼성·LG전자의 TV 기술 초격차에 차질 빚을 수도 산업통상자원부, 정부 차원의 검토와 업계 지원 방안 나설 듯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8K(7680x4320)TV 제품의 유럽 시장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내년 3월부터 프리미엄급 ‘8K TV’와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에 대한 에너지효율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8K TV는 기본 전력 소비량이 많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출시하고 있는 8K TV가 EU에서 새롭게 도입한 TV 에너지효율지수(EEI)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은 프리미엄 TV 시장이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이곳은 향후 8K TV의 주 무대로 여겨지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만일 EU의 새 TV EEI가 실제 도입되면 8K TV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EU, TV 에너지소비효율 강화...4K서 8K까지 규제 늘어나
업계에 따르면 EU는 내년 3월부터 한층 강화된 TV 에너지효율 규제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 EU 회원국에 TV를 판매하려면 지금보다 낮은 수준의 최대전력 소비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는 기존 4K TV를 대상으로 적용해 온 에너지효율 기준을 8K TV와 마이크로LED TV에도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EU는 이미 2021년 3월 에너지효율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2021년 3월 시행된 TV EEI는 HD(1280×720)의 경우 0.9, 4K UHD(3840×2160) 1.1을 만족하면 된다. 8K UHD(7680x4320)와 마이크로LED의 경우 별다른 규제가 없었다. 이에 따라 국내 TV 제조업체들은 유럽에서 8K TV나 마이크로LED TV를 규제 없이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내년부터 8K TV와 마이크로LED TV도 1.1이라는 기준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8K TV 가운데 EU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할 만한 제품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8K TV는 기존 4K UHD(3840×2160) TV와 비교해 해상도가 4배 높기 때문에 초고해상도를 자랑하는 만큼 전력 소비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전력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화면의 휘도(밝기)를 낮추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는 ‘초고화질’이라는 8K TV의 최대 장점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에너지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알려진 대로 규제가 강화되면 수출은 가능하겠지만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존하는 8K TV 대부분이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에 맞는 새 제품을 내놓거나 저전력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저전력 솔루션의 대표적인 예가 성능을 다운그레이드 하는 것인데 그러면 8K 경쟁력 자체가 매우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더군다나 관련 규제가 당장 내년 3월부터 적용되면 이를 준비하기까지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업계의 고민거리중 하나다.
■ 8K TV 시장 '꽃 피기 전'에 시들 수 있어...국내 업계 “지켜봐야”
유럽은 국내 TV 업계에게 심장과 같은 핵심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TV 판매량의 23%를 차지할 만큼 TV 업계의 '큰 손'이다. 특히 올해 8K TV 출하량 40만대 가운데 약 30%인 12만여대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사실 현재 8K TV는 전체 TV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옴디아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TV시장에서 8K 제품이 자치한 비중은 0.15%에 불과하며 오는 2026년에도 0.2%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EU의 에너지 효율 규제가 당장 적용되더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업체의 TV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가뜩이나 콘텐츠가 부족해 8K TV시장 성장폭이 가파르지 않은데 EU발(發)에너지효율 규제 강화까지 이어지면 8K 시장 성장이 주춤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8K TV 생태계 확산을 위한 세계적인 협의체 ‘8K 협회’에서도 “내년 3월 EU의 조치는 8K TV 산업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TV 생산업체들도 고민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 기업 인데다 ‘Neo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8K’를 앞세워 8K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옴디아가 공개한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8K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3.1% 수준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나 소니 등 여러 TV 제조사에서 8K TV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8K TV를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는 삼성전자”라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EU의 에너지효율 기준 강화에 대한 내용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이 어떤 입장이나 의견을 내기는 조심스러울 것”이라 말했다.
정부에서도 이번 EU 에너지효율 규제 강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교섭본부장 서한 발송, WTO(세계무역기구) TBT 위원회(공식서한, 특정무역현안), 양자회의, 주한 EU대사관 등을 통해 우리 업계의 우려와 규정 재검토 입장을 다각도로 전달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