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계정공유 금지' 카드 꺼내...가입자 수 둔화 막는 '꼼수'?
유료 가입자 둔화에 칼 뽑아…국내 이용자 반응 ‘미지근’
웨이브·티빙·왓챠 등 “광고요금제 도입 아직”…내실 갖추기 매진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가입자 수 둔화를 막을 카드로 ‘광고형 요금제’와 ‘계정 공유 금지’를 꺼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의 이와 같은 수순이 국내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IT(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다음달 도입되는 광고요금제 효과로 올해 4분기 유료 가입자가 450만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가구원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를 금지해 유료 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종 OTT 업체들 노선에도 변화가 생길지는 미지수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은 일단 소비자 반응을 면밀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 국내 사업자들은 우선 콘텐츠 다양화, 사업 다각화 등으로 넷플릭스에 맞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 "영화 1편에 광고 10분"…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다음달 선보여
넷플릭스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적수가 없는 막강한 업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시장 경쟁 과열로 최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칠 때에는 사람들 간의 대면활동이 줄었고 재택근무와 재택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일상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이에 따라 TV, 컴퓨터 등 IT기기 판매가 급증하고 넷플릭스 등 OTT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일상 주무대가 가정에서 다시 직장 등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면서 'OTT 전성시대'에도 그늘이 가려지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9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158만명으로 국내 OTT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뒤를 국내 업체 티빙(418만명), 웨이브(413만명), 쿠팡플레이(408만명)가 잇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MAU가 모두 400만명대에 머물러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MAU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척도다. MAU 수치가 높을 수록 이용자수가 많고 이에 따른 각종 서비스 등 사업 무대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넷플릭스 역시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흥행하던 지난해 10월(1288만명)과 비교하면 무려 130만명이나 이탈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올해 1~2분기 연속 감소하다 3분기 돼서야 다시 반등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기존보다 절반 가량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로 소비자 진입장벽을 낮추는 해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는 구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영상 시작 지점과 중간에 광고를 없애는 대신 추가 요금을 받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운영하는 것과 180도 다른 역발상이다.
한국을 포함해 총 12개국에서 먼저 출시되는 넷플릭스 ‘광고형 베이식’ 상품은 월 요금이 5500원으로 기존 ‘베이식’ 요금제보다 4000원 저렴하다. 최고 화질은 720p(픽셀)로 기존과 같다. 하지만 1시간에 평균 4~5분대 광고가 송출된다. 보통 영화 1편이 2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10분 정도는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또한 내년 초부터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는 것도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 등을 토대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유료 가입자를 유치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계정 공유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1억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지난 3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 남미 3개국에서 계정 공유자에 대한 추가 요금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 국내 소비자들 반응 '미지근'…티빙·웨이브 등 "콘텐츠 투자가 우선”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와 계정공유 정책을 바라보는 국내 이용자 시선은 곱지 않다. 상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최대 4명까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이 상품은 1만7000원으로 1인당 4250원씩 부담하면 된다. 광고형 베이식보다 저렴하며 화질도 2160p까지 제공된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출시는 한국이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영업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미 미국에서는 파라마운트플러스(+), HBO 맥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디즈니플러스도 12월 중 광고요금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애플TV플러스도 출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글로벌 전체 시장을 보고 전략을 짜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서비스하는 토종 OTT들과 상황이 다르다”며 “토종 사업자들 역시 광고요금제를 검토하고는 있지만 진지하게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티빙이 웨이브를 누르고 월간 MAU 1위를 차지하는 등 토종 OTT 간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오는 12월이면 CJ 계열 '티빙'과 KT 계열 '시즌' 합병이 예정돼있어 또 한번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웨이브도 내실 갖추기에 발벗고 나섰다. 웨이브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이달부터 웨이브 앱에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 26편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웨이브는 향후 IP 공동 발굴에도 힘을 합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HBO를 우군으로 둔 것도 웨이브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웨이브는 지난 7월 HBO와 대규모 콘텐츠 월정액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HBO 인기 시리즈는 물론 HBO 맥스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선보이게 됐다.
왓챠는 유료 이용자라면 누구나 추가 금액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왓챠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동영상 서비스를 넘어 웹툰, 음원 스트리밍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왓챠 2.0’ 전략의 하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업체들이 향후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비즈니스 모델 연구와 검토가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국내 경쟁이 치열한 현재로서는 콘텐츠 투자에 더 집중할 시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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