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11)] 박재근 교수, "반도체 글로벌 패권 다툼 치열...정부, 경쟁력 강화 대안 필요"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10.14 08:58 ㅣ 수정 : 2022.10.14 08:58
전세계 주목하는 반도체...삼성전자, TSMC 격차 왜 벌어졌나 스마트폰 시대, 실생활 필수 기기... 분해 시 반도체만 1만8개 IT, 데이터센터 반도체→ AI, 메타버스, 차량용 반도체 성장세 반도체 투자 유치 경쟁... 칩4 동맹 "서로의 필요함 채우는 일"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KPC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리더들의 변화와 디지털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CEO 교육 프로그램인 ‘KPC CEO 북클럽’을 개최했다.
이번 강의에서는 박재근 교수의 ‘반도체 패권의 전망과 미래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로,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학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반도체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의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많은 이슈들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정부는 반도체가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정하고 산업 육성과 인력양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기업·국가간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상태다.
■ 전세계 주목하는 반도체...삼성전자, TSMC 격차 왜 벌어졌나
이번 CEO 북클럽 강의에서 박재근 교수는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7~9월) ‘반도체 매출 세계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주게 된 것을, 요즘 거스를 수 없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며 여기에 들어가는 다양한 반도체들을 통해 알기 쉽게 풀어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파운드리·팹리스 등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메모리 실적이 급감하며 ‘투자 여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 격차는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 △기술 격차 축소 △시스템반도체 사업(반도체 설계·수탁생산)의 더딘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이유다.
박 교수는 말머리에 “최근 세계적으로 반도체 그룹 패권전쟁이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실제로 맞다”며 “그래서 우리나라가 현재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함께 갖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스마트폰의 두뇌가 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인데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제작하는 모바일 AP의 대부분은 ARM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하며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 스마트폰 시대, 실생활 필수 기기...분해 시 반도체만 1만8개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는 경쟁력을 키워야 함과 동시에, 요즘 시대는 반도체가 없다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중요해졌다.
박 교수는 “요즘 아이들한테 스마트폰이 뭐냐 물으면 어떤 아이는 게임기라고 하고, 어떤 아이는 사진기란 표현도 할 정도로 우리는 스마트폰 시대를 살고 있다”며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기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스마트폰에는 1만8개 정도의 반도체칩으로 동작한다. 한 예로 지금 가지고 있는 ‘갤럭시20’ 기기를 분해해 보면 이 안에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칩으로 만들어졌고 이것이 시중에 100만원 한다고 치면 디스플레이 밧데리·칩을 합해 원가는 48만원정도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 중 48개 반도체는 값비싼 반도체도 있고 값싼 반도체도 있는데, 대표적인 비싼 반도체가 흔히 말하는 퀄컴이다”며 “스마트폰의 CPU 역할을 하는 것이 AP인데 컴퓨터와 달리 이 AP에는 CPU 기능도 있지만 게임을 위한 그래픽 프로세서,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등 10개 정도의 통신 기능을 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포함돼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다시 설명하자면 100만원하는 핸드폰 안에 우리나라가 잘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있다”며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를 합치면 약 8만원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주력 사업이 바로 이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강국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중 AP, 디램, 낸드플래시가 있다. 이중 삼성전자가 디램 점유율을 70%, 나머지 SK하이닉스(000660)가 생산을 맡고 있고 낸드플래시·메모리반도체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세계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의 두뇌 AP 설계는 주로 미국이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전 세계 삼성전자와 TSMC만 하고 있다. 다만 최근 경기 악화와 미·중 반도체 갈등까지 겹쳐 세계 반도체 산업이 둔화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강국이다 보니,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스마트폰 수요가 줄고, 그렇다면 우리의 메모리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 알려진 대로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 매출액이 TSMC한테 뒤처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IT에 들어가는 반도체 중 값비싼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반면 TSMC는 가격이 저렴한 칩부터 여러 종류를 생산하고 있어 제품의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다양하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TSMC를 추격할 것인가 이것이 숙제다”고 강조했다.
■ IT, 데이터센터 반도체→AI, 메타버스, 차량용 반도체 급성장세 ‘장악 여부’
지금까지 반도체 수요는 주로 스마트폰, 노트북, 데스크탑 등 IT 제품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4차 산업 혁명에 이미 도래해 AI반도체, 메타버스, 차량용 반도체 등 성장세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렸다.
강연에서는 IT 혁신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부터 시작됐고,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 매출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IT 이후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구글의 데이터센터 사업이 성장을 해 진입하게 됐는데, 이 분야도 지금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하기에 4차 산업 혁명을 누가 주도해 나가느냐 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반도체다”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이어 놀라운 신성장 동력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렸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다”며 “이 시장을 놓치게 되면 반도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 반도체 투자는 어느 곳이 많이 하는가를 살펴봤다. 국가별로 보면 반도체 장비를 얼마나 많이 투자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현재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그 뒤로 대만, 중국 순이다”며 “미국에서는 중국이 이렇게 많이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건데 계속해서 투자한다는 것은 추격한다는 의미여서 제재하겠다고 지난주 미국이 발표한 이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반도체가 어느 정도 위치해 있냐 하면, 디램은 전 세계 70% 정도 차지하고 낸드는 한 50%, 파운드리는 TSMC가 50%고 우리나라가 17% 정도로 보면 된다. 미국은 여전히 반도체 분야는 절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 투자 유치 경쟁 치열, 한국 정부는 느린 걸음...칩4 동맹 "서로의 필요함 채우는 일 될 것"
박 교수는 전 세계는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이미 반도체 투자 유치 경쟁을 펴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국가 연합 ‘칩4 동맹’ 구축 시도에 맞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 대만이 모두 칩4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교수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소재가 필요한데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이어 중국, 미국 순이다”며 “만약 중국이 이러한 재료를 공급하지 못하면 우리가 생산을 못하게 될 수 있는 리스크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정부 주도로 중국에서 만드는 반도체 소재를 한국에서 만들면 안 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왜냐하면 반도체에는 케미컬을 많이 쓰는 데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반도체 소비국인 만큼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칩4’를 가입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실체가 없고 동맹을 하자는 건데 우리의 논리는 항상 일정하다”며 “미국의 성공적 주력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칩이 필요하고 우리는 또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장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서로가 필요해 나아가야 하지만 미국이 지속해서 우리나라에 중국 공장에 대해 제재를 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