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 전성시대, 신용위험 잘 관리한다면 좋은 투자 기회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14.5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전체 4.5조원의 세 배를 넘어섰고, 특히 지난 석달 동안에는 9조원을 기록해 현재 속도면 연말까지 25조원에 육박하는 개인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에 흘러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들도 채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중 채권 비중이 5%포인트 이상 올랐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바야흐로 채권 투자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왜 이렇게 채권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을까? 그리고 채권 투자는 정말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일까?
• 채권 투자 급증 이유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부진, 그리고 채권 자체의 매력 증가 때문
채권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각종 대안적 투자 대상 중 채권의 매력도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다른 투자 대안 중 주식부터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지난 2년 반 동안 개인들은 주식시장에 대해 유례없는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그 관심이 식고 있고, 이러한 점이 채권으로의 자금 이동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해 7월 고점 대비 코스피 지수 하락률이 30%를 넘어선 상태라 충분히 싸졌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높은 물가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강력한 긴축이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세계적 차원의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하에서 자신 있게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투자 대안인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올해 중반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던 주택 가격은, KB부동산시세를 기준으로 7월 고점 이후 2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게다가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1년째 하락 중이며 수준도 3%대로 내려왔다. 그런데 과거 부동산 시장 불황시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었다. 물론 주택 200만호 건설과 IMF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20%에 달하는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긴축 의지와 부담스러운 가계 부채 수준을 감안할 때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긴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각 기관이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심리 지수의 하락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역시 채권으로의 자금 이동 이유다.
하지만, 채권으로의 급격한 자금 이동은 역시 채권 자체의 기대 투자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4.5%대에서 고점을 기록하고 여전히 4%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지난해말 1.8%보다 2.5%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며, 0.8% 내외까지 떨어졌던 2020년 중반보다는 3.5%포인트나 높다. 불과 2년 사이 금리가 5배 오른 것이다.
특히 AA- 등급의 우량 회사채금리는 같은 만기의 국채금리보다도 1%포인트 정도 높아 5%대 초중반을 기록 중인데, 이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년간 매년 고정된 5%대 중반의 이자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이를 주식 및 부동산 시장과 비교해 보자.
지난 30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월말에 코스피를 매수하고 3년 후 파는 일을 반복한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5%대 초반이었고, 서울 강남 아파트를 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던 경우에는 연평균 수익률이 6%대 중반이었다.
게다가 지난 10년으로 기간을 줄이면 이보다도 더 낮은 4%, 5% 내외였다. 여기에 변동성을 의미하는 표준편차가 10%를 넘어선다.
미국 주식은 이보다 훨씬 높은 8~15%의 수익률을 보였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5% 중반의 연간 고정 이자는 매우 높은 위험 대비 수익률임을 의미한다.
• 감내할 수 있는 신용위험 하에서 채권 투자는 좋은 투자 기회 제공
채권 투자는 위험이 없을까? 물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5%대 중반에 채권을 매수했는데, 금리가 6%~7%대로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손실은 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문제가 될 뿐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큰 문제라 할 수 없다. 중간에 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약속된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로 살 수 없었을 뿐이지 자본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기관투자자 역시 만기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채권은 대부분 시가로 평가되어 재무 실적에 손익으로 반영된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기관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에 훨씬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중요한 위험도 있다. 신용위험이다. 채권 발행자가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즉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을 경우의 위험인데, 자주 나타나진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신용위험은 처음 채권을 선택할 때부터 상당 부분을 통제할 수 있다. 우량 채권만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극단적인 침체, 금융위기 하에서는 우량 기업들도 도산할 수 있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한 AA 등급이 내포하는 위험도 감수하기 싫은 투자자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0에 가까운 국채에 투자하면 된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신용위험 하에서 좋은 수익률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채권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