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라면 가격인상 카드 만지작 ‘낭패불감(狼狽不堪)’

장원수 기자 입력 : 2022.10.07 16:03 ㅣ 수정 : 2022.10.07 16:03

물류비, 원부자재 상승… 실적 악화로 연결
해외 수출에 비해 국내사업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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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양식품 사옥

 

[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라면 경쟁사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도 경영 효율화와 구조적인 수출 성과로 실적을 방어하던 삼양식품이 급속하게 얼어가는 국내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라면 주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이 크게 오른 이후 농심을 비롯해 오뚜기·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삼양식품 측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아 제품 가격 인상을 서두리지 않는다”라며 “수출 강화를 통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가격 인상 카드를 통한 실적 방어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는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삼양식품 수익성에 먹구름을 끼게 한 것은 물류비, 원부자재 구입비 등 원가 상승 압박 때문. 수출은 여전히 불닭시리즈 강세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사업의 경우 상반기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삼양식품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라면의 주원료인 맥분과 유지류의 매입가는 대폭 상승했다. 맥분은 지난해 ㎏당 675원에서 올해 상반기 787원으로 16.6% 증가했으며, 유지류는 작년 1352원에서 올해 상반기 2069원으로 53% 늘어났다. 이런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삼양식품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부자재, 인건비, 유틸리티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의 제조원가 증가로 영업이익에 대한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수출 위주의 사업구조로 인해 해외에서 번 이익을 통해 국내 내수 적자를 감내하기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은 올해 1분기 71.5%에서 2분기 74.8%로 3.3% 높아졌다. 하반기에는 매출원가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여 높은 수출 비중과 환율효과로 매출은 늘겠지만, 제조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제품을 판매했을 때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생기고, 이는 실적 악화, 기업가치 하락으로 연결된다”며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 처지에서는 주가 하락이라는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정부의 제품 가격 인상 자제도 수익성 악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 참석해 식품기업들을 겨냥, 무분별한 가격 인상에 대해 경고했다. 추 부총리는 향후 식품기업들의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 소관 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동 점검을 통해 대응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할당관세 적용 품목과 폭을 확대하는 등 식품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못하고 허리띠만 동여매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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