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상반기 횡령 피해 규모 200억원대…"감사 시스템 부실" 지적
올해 상반기 지역농축협 횡령 사건 10건
국정감사서 대책마련 필요 지적 쏟아져
농협중앙회, 내부통제‧감사 시스템 개선 나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횡령 등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지역 농협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피해 규모가 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부실감사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 농축협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0건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농축협의 횡령 사건은 해마다 수십건씩 발생하고 있다. △2019년 43건(90억원) △2020년 36건(25억원) △2021년 40건(57억원)으로 2019년 이후 지역 농축협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액은 450억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는 10건의 횡령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 6월에만 세 건의 횡령 사건이 드러나면서 상호금융권의 부실 감사가 지적되기도 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농협에서는 한 직원이 가상화폐 투자와 스포츠토토 등 도박으로 탕진한 돈을 만회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농협 자금 40억원 가량을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과 약정한 타인의 계좌에 이체하는 수법으로 횡령한 사실이 6월 15일 드러났다. 농협은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의 범행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김포파주인삼농협에서도 농산물과 자재, 생활물자 등의 재고를 관리하는 직원이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직원은 회계장부를 작성하면서 매입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부풀려 회사에 구매 금액을 요청하고, 실제 매입에 사용한 금액 외에 나머지 돈을 본인 혹은 차명 계좌를 통해 빼돌렸다. 그는 횡령액을 가상화폐 투자와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의 범행은 5년 전부터 이뤄졌으며, 당초 농협이 고소장을 처음 제출할 때 적은 횡령금액은 17억4000만원이었으나 확인된 횡령 금액이 불어나 76억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서울중앙농협 구의역지점에서는 한 직원이 도박 빛을 탕감하기 위해 고객 10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대출을 받아 약 50억원에 이르는 돈을 횡령하는 일이 발생했다.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기관의 경우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농협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이고, 금융당국이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농협에서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자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국회 농식품위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의 감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농식품위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5년간 보고서를 보면 농협 임직원들의 횡령 등 부정비리가 1000억원 정도에 달한다"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국회 농식품위 국민의힘 간사 이양수 의원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금융기관 전체 횡령 사고의 27%가 농협에서 발생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농업인 권익향상과 농업‧농촌 발전에 사용돼야 할 농협 자금이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데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남 의원은 "현재 농협 조합감사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조합장 위원 2명, 농림축산식품부와 감사원 위원 각 1명으로 구성돼 조합에 대한 봐주기식 감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농협이 제 식구 봐주기식 감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외부 위원 확대 등 조합감사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회 농협중앙회장은 국정감사에서 "해마다 사고 유형별로 여러 제재 방안과 대책을 만들고 있지만 계속 늘어나는 신종 범죄로 인해 못 따라가는 형국"이라며 "앞으로 감사 등을 디지털화해 즉시 적발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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