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한국의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낸 가운데 높은 물가 수준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는 강화하는 추세여서 올해 하반기에도 증시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40원대를 돌파해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9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8% 증가한 574억6000만달러, 수입은 18.6% 늘어난 612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37억7000만달러(약 5조4213억원)의 적자를 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연초 이후 무역수지가 적자 행진 중인데 적자 폭도 1분기 40억달러, 2분기 65억달러, 8월에는 한 달 동안 95억달러로 점차 악화했다.
통상 무역수지 규모는 수출입 물량 사이 격차보다 물가 사이 격차에 기인해 변동한다. 무역수지 변화와 수출입 물가 상승률 차이의 상관관계는 0.65로, 수출입 물량 상승률 차이 0.21 대비 월등히 높다.
지난 8월 무역수지가 적자였던 것은 수출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반면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수입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무역 적자 규모는 지난 8월(94억9000만달러)과 비교해 57억 달러 축소됐다. 무역 적자는 국내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발생한다.
산업부는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주요국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일본·이탈리아 등도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병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가 연속 적자인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흐름을 나타내자 국내증시는 하락했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국면에서는 중소형주가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언급했다.
수출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수출은 기존의 9월 최고 실적인 지난해 9월(559억달러) 대비 15억 달러 이상을 웃도는 575억 달러를 나타내며 9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과 자동차 등 5대 주요 품목이 증가했다. 특히 석유제품과 자동차, 이차전지는 역대 9월 기준 1위 실적을 냈다.
하지만 수요 약세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등의 수출은 감소했다.
수입은 7개월 연속으로 600억달러대를 기록했고, 대규모 에너지 수입 등의 영향으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월(99억달러) 대비 80억달러 넘게 증가한 180억달러로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산업부는 중국으로의 수출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감소했고, 에너지 수급 차질 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 중인 유럽연합(EU) 수출도 줄었다는 입장이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를 수출입 물가 차이로 볼 수 있다. 원자재 상당 부분을 수입한 후 가공해서 수출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수출물량과 수입물량은 밀접하게 연동된다.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로 부분적으로 전이되고, 수출물가는 변동성이 높은 반도체 가격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는 수출물가와 수입물가 사이 괴리가 지속되면서 연내 무역수지는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일단락되면서 수출입 물가 상승세도 마무리되는 가운데 수출물가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맞물리면서 보다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