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3분기도 호실적 전망···내년 업황은 안갯속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3분기(7~9월) 장사를 마침에 따라 해당 분기 실적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로 역대 규모의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 연말까진 4대 금융지주의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 우려로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비(非)금융 강화 등 사업 다각화로 미래 성장 전략을 구상 중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3분기 경영 실적 집계 작업 이후 이달 중순께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4대 금융지주 실적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상반기(1~6월) 순이익 합계는 8조9662억원으로 9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작년 연간 순이익(14조5429억원)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올해 경영 목표치 역시 조기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올 3분기에도 4대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2분기보단 실적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땐 크게 늘어난 수준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컨센선스(시장 전망치)별 차이는 있지만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 합계는 약 4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연간으로 보면 약 16조원 규모의 합계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
금융지주들의 호실적은 이자 이익이 견인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걷어들이는 이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 합계는 18조8671억원에 달한다.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정된 점은 금융지주 실적에 호재로 작용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 연장 이슈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금융지주 실적은 좋은 수준”이라며 “연말까지는 타격을 입을만한 변동성을 보이진 않을 거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융지주들의 실적 파티가 올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업황 악화와 정부 정책, 리스크 대응 등 실적에 영향을 끼칠만한 요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최근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증시가 부진하면서 각 금융지주 증권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 금융지주는 순이익 절반 이상을 은행 계열사가 책임지는 구조지만, 증권 계열사 부진이 이어질 경우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은행들도 안심할 순 없다. 정부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차이) 공시 제도 도입과 정치권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있다. 그간의 이자 이익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보다 수신금리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수신금리를 높이면 조달비용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며 “금리가 계속 오른다고 좋아만 할 수 없는 게 개인이나 기업의 상환 능력이 약해져 이들이 무너지게 된다면 은행의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금융사 건전성 압박이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차주의 부실 우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충당금은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금융지주 실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내년 실적 악화 우려에 4대 금융지주도 대비에 나섰다. 공통적인 움직임은 ‘먹거리 발굴’이다. 은행에 치중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들겠단 것이다.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또 통신·배달앱·부동산 등 비금융 사업 진출도 이뤄지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해당 분야 사업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로 본업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최근 금융권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서 데이터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표상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나 경기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익 구조를 완성하는 게 최우선이고, 사업 다각화나 인력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수년 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