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넷마블·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업계, 이용자와 '스킨십' 늘리는 사연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게임 유저(이용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게임 운영 상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유저들이 운영진과 간담회를 이끌어내고 환불소송을 진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일부 게임회사들은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디렉터들을 전면에 앞세워 유저와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로스트아크’ 금강선 디렉터,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는 유저들 사이에서 인플루언서 못지 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디렉터들은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개발자의 편지’로 게임 소식을 전하거나 게임회사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온·오프라인 쇼케이스 무대에도 오른다. '반짝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 판교에 잇따라 등장한 '트럭'…운영진 앞세운 소통 행사 활발
최근 들어 국내 게임 유저들은 게임사의 느슨한 운영 방식에 반기를 들고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게임 유저들이 트럭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을 통해 불만을 표현하는 ‘트럭시위’는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난해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유저들이 본사 소통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며 트럭시위를 진행한 것이 처음 시작이다. 이후 넷마블과 유저들은 다방면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이것이 전화위복이 돼 이 게임 운영진은 최근 유저들로부터 감사의 뜻을 담은 ‘커피 트럭’을 받았다.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일본 서버와의 차별 대우에 반발해 마차 시위를 벌여 화제를 모았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유저들도 회사가 “인플루언서 프로모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시위에 나섰다. 두 회사는 갈등을 빠르게 봉합하지 못했고 결국 두 게임 유저 총대들이 서로 환불소송을 응원하는 연대 관계를 형성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유저 권익 보호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도 게임회사 소통 행보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저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게임 운영진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
게임 총괄 디렉터들은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개발자의 편지’로 게임 소식을 전하거나 게임회사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온·오프라인 쇼케이스 무대에도 오른다.
스마일게이트의 역할수행게임(RPG) ‘로스트아크’는 금강선 전(前) 디렉터를 필두로 대대적인 소통 행보를 보여 호평 받고 있다. 금강선 디렉터는 현재 개인 사유로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뒤에는 ‘빛강선’ ‘강선이 형’ 등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금 전 디렉터는 2020년 처음 시작된 유저 소통 행사 ‘로아 온’을 통해 유저들의 희망사항을 지속적으로 수용하고 최신 업데이트 소식을 전해왔다.
넥슨,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다른 게임회사들도 온·오프라인 소통 행사를 개최하며 유저친화적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넥슨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8월 출시한 신작 ‘히트2’는 출시 이전부터 유저 친화적 요소를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첫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박영식 PD가 유저들의 궁금증에 직접 답하는 ‘히트투데이’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넥슨의 온라인게임 ‘마비노기’도 올해 6월 오프라인 쇼케이스 ‘판타스틱 데이’를 개최해 여름 업데이트 소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마비노기 개발을 총괄하는 민경훈 디렉터가 참여했다.
펄어비스는 자사 대표작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 운영진이 전 세계 유저들과 소통하는 ‘VOA(Voice Of Adventurers(보이스 오브 어드벤처러스) 서울’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검은사막은 또한 매년 여름 ‘하이델 연회’를, 연말 ‘칼페온 연회’를 통해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극악 확률 뽑기'는 그만…저과금 ‘갓겜’에 유저 몰린다
과도한 경쟁 콘텐츠와 확률형 아이템에 지친 유저들은 최근 과금(유료결제) 요소가 적은 일명 ‘갓겜’(God과 게임의 합성어)에 호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회사도 신작 개발 단계부터 이 같은 반응을 수용하는 모습이다.
넥슨이 올해 3월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던파) 모바일’, 넷마블이 7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RPG 장르임에도 과금 없이 충분히 성장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컴투스의 신작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도 과금 부담감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 이 게임의 주요 과금 모델은 ‘소환수’ 획득인데 과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소환수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라인게임즈는 신작 ‘대항해시대 오리진’ 출시 전 테스트와 얼리액세스(미리해보기)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전면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저들과 다방면으로 소통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소통 행사는 유저들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질의응답 시간도 넉넉하게 편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