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SPC 사회적합의 논쟁(하)] 12개 항 중 2개만 이행?...법원 판결도 부인하는 민주노총 전략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9.16 04:25 ㅣ 수정 : 2022.09.17 03:42

사실왜곡 및 과장, 책임전가 등을 통해 다수의 파리바게뜨 이해관계자들을 부당공격
소수로 전락한 민주노총, 복수노조 체제하 ‘개별교섭권’ 및 ‘노조전임자 확보’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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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원들이 지난 7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SPC 파리바게뜨 불법ㆍ부당노동행위자 엄벌 촉구 화섬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사회적 합의는 지난 2018년 1월 SPC파리바게뜨 제조기사(제빵기사) 불법파견과 임금체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뤄진 사회적 선언이다. 핵심 주체는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동조합,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파리크라상 등의 4대 이해관계자들이다. 

 

SPC측은 3년만인 지난 2021년 4월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를 선언하고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다. 한마디로 직접 고용을 통해 불법파견문제가 해소됐고, 제조기사들이 협력업체 소속일 때 발생한 임금체불도 해결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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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검증위원회 주장="핵심 항목 불이행"... '협력업체 부당노동 행위 시정'은 '완전 불이행' 평가 내려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흐른 6월 16일, 민주노총 화섬노조는가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가 미이행됐다는 프레임을 공식화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 및 학술단체 등으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 명의로 1차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위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서는 11개항이지만 4항의 중요성을 고려해 12개항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 결과 2개 항목(1항과 9항)만 ‘이행’됐고, 3개 항목(2항, 6항, 10항)은 ‘일부 이행’, 5개 항목(3항, 4항 가, 5항, 8항, 11항)은 ‘불이행’됐다는 평가였다. 

 

우선 “협력업체 대표이사를 (해피파트너즈의) 등기이사로 선임하지 않는다”는 2항 ‘나’와 관련,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지역본부장 지위를 부여한 게 사회적 합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해피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11개사의 소속이었던 제조기사들을 직고용하기 위해 설립한 파리크라상 자회사이다. 

 

피비파트너즈의 전신인 해피파트너즈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제조기사들 중에 여전히 피비파트너즈와 신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는 화섬노조 증언을 토대로 3항도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급여는 3년 내 파리크라상 동일 수준, 복리후생은 즉시 동일수준으로 적용한다”는 4항 ‘나’도 ‘불이행’으로 판단했다. 파리크라상 직원보다 임금을 덜 받는 제조기사들이 많다는 주장이다. 

 

특히 부당 노동행위 시정에 관한 5항은 ‘완전 불이행’이라고 강조했다. 합의서에 “협력업체의 부당 노동행위를 시정하고 불법파견과 관련한 오해와 사회적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피비파트너즈노조 팸플릿 제공, 화섬식품노조 탈퇴 유도, 승친자별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특정 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노조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할 회사의 의무를 약속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노조(민주노총)활동 방해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파리크라상에 대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은 모두 즉시 취하하고 소송비용은 파리크라상이 부담한다”는 6항에 대해서는 “노사 양측이 소를 취하하지 않고 법원 판결을 따르기로 한 상태를 이행된 것으로 보기로 한 점을 고려해 ‘부분 이행’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10항에 대해서도 사측이 2018년 컬처페스티벌을 열었으나 화섬노조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분 이행’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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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인정하는 팩트=검증위 주장은 사실왜곡 및 과장, 책임 전가 등의 문제점 드러내... 실업자 된 협력업체 대표의 지역본부장 기용도 '불이행' 낙인 찍어

 

하지만 이 같은 검증위의 주장은 사실왜곡 및 과장, 책임전가 등의 문제점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PC 측 발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우선 협력업체 대표들을 해피파트너즈의 지역본부장으로 기용한 것은 “협력업체 대표는 등기이사로 선임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지역본부장과 등기이사가 다른 직함이라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더욱이 이 조항은 하청업체 소속 제조기사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것이 ‘불법파견’이라는 고용노동부 판정을 수용, 파리크라상이 만든 자회사인 ‘해피파트너즈’를 하청업체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11개나 되는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민주노총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지역본부장 기용도 ‘불이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자영업자나 근로자에 대해서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기 체결한 직원은 상호 변경후 신규계약서로 변경한다”는 3항 ‘나’의 경우 기존 계약서를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제조기사 990명이 신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신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는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선언이었기 때문에 근로자가 개인적 이유로 거부하면 강요해서는 안되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위는 ‘나’항의 불완전 이행을 이유로 3개로 구성된 3항 전체를 ‘불이행’으로 분류했다.  사실 왜곡 및 과장에 해당되는 것이다. 

 

4항 ‘가’를 불이행으로 분류한 것은 전형적인 책임전가이다. 파리바게뜨 측은 2018년 2월 7일 공식 간담회 등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양대 노조 간의 입장 차이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동일한 제안을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노조가 불참해놓고 사측이 불이행했다고 우기는 모습이다. 

 

“급여는 3년내 파리크라상과 동일수준 지급”이라는 4항 ‘나’의 경우도 법원이 사실상 ‘이행’ 판단을 했지만, 검증위는 ‘불이행’으로 분류했다. 사법부의 판결도 무시하는 공격법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21년 12월 22일 방해금지가처분소송 결정문에서 사회적 합의 중 임금 보장 항목이 이행 완료됐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판결문은 “채권자(파리크라상)는 피비파트너즈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을 채권자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상당 부분 노력한 것...(중략)...피비파트너즈 소속 근로자 임금은 연차에 따라 채권자 소속 근로자의 임금보다 높은 경우도 있는 등 채권자 근로자의 임금 수준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채권자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임금 보장에 대한 부분을 이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서가 ‘동일 임금’이 아니라 ‘동일 수준 임금’이라고 적시한 부분을 법원도 인용해 판결을 내린 것이다. 

 

더욱이 피비파트너즈 소속 근로자 임금은 2018년~2021년까지 3년간 임금총액 39.2%가 인상돼 파리크라상 근로자 대비 평균 101.2%를 보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범위는 96.4%~117%이다. 검증위는 오차가 있다고 ‘불이행’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 시정과 불법파견 관련 유감 표명”이라는 5항도 이행됐다. 권인태 대표는 2018년 1월 11일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사 상생 협력식’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또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는 과거에 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검증위는 피비파트너즈라는 자회사 설립 이후 부당노동행위를 문제 삼으면서 ‘불이행’ 평가를 했다. 피비파트너즈 설립 이후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진실공방을 벌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5항 ‘불이행’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6항을 ‘불완전 이행’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책임전가이다. 민주노총은 파리크라상에 대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21년 1월 8일 “소송 유지가 부적합하다”면서 각하 판단을 내릴 때까지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제조기사들이 협력업체에서 파리크라상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로 소속이 바뀌었기 때문에 소송을 유지할 이유가 소멸됐으나, 민노총은 버티기를 한 것이다. 그 버티기를 통해 얻은 수확은 ‘불완전 이행’ 항목을 한 개 추가한 것 뿐이다. 

 

8항의 공동 대응, 10항의 ‘상생화합의 장’ 마련 등도 모두 민주노총이 보이콧한 결과물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하지만 검증위는 이들 항목을 ‘불이행’, ‘불완전 이행’으로 분류했다. 노조가 보이콧하고 책임은 사측에 일방적으로 지우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 소수파로 전락한 민주노총, 개별교섭권 및 노조전임자 확보 못해...'판깨기' 통한 영향력 확대 시도하는 듯

 

그러나 민주노총 화섬노조는 우호적인 시민단체들과의 협력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 불이행이라는 프레임을 고착화하고 파리바게뜨 불매운동, 단식투쟁 등의 과격한 투쟁을 벌여왔다. 사회적 공감대는 좁다. 이 같은 무리수를 고수하는 이유는 일종의 권력투쟁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노갈등이라는 이야기이다. 

 

민주노총은 2017년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제조기사들의 불법파견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슈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소수파로의 전락이었다. 현재 피비파트너즈 소속 제조기사는 42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절대 다수인 4000여명은 한국노총 산하 피비파트너즈 노조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피비파트너즈에 의한 직고용이 보수인상과 근로조건 개선등의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합의도 이행됐다는 평가이다. 

 

반면에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에는 제조기사 200여명 정도만 가입해 있다. 소수파로 전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단체협상 교섭권과 노조전임자를 갖고 있지 못하다. 한 마디로 노조로서 구실을 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현행법은 복수노조를 허용하지만, 소수노조에 대한 개별교섭권 허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섭대표 노조인 한국노총 측이 이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비파트너즈 입장에서는 전체의 대다수인 4000여명 한국노총 노조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개별교섭을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소수인 화섬노조가 둘 수 있는 법정 노조전임자 수도 0.5명이다. 전임자 1명을 두려면 화섬노조와 사측이 임금을 절반씩 분담해야 하는 처지이다. 

 

민주노총은 이처럼 답답한 소수파의 처지에서 탈피해 발언권을 획득하기 위해 우호적 사회세력과 연대해 판깨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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